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직에 얼굴 통할 때까지만 최고 연봉…결국 '몸값=전관효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직에 얼굴 통할 때까지만 최고 연봉…결국 '몸값=전관효과'

입력
2013.03.04 17:32
0 0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 오히려 생각보다 적게 받은 것 같다."

부산고검장 출신인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월 1억여원, 법무연수원장 출신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월 3,000만원을 각각 소속 로펌에서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법조계는 "그 정도야 뭘" 하는 반응이다. 부장판사, 부장검사급 이상의 전관 출신들이 대형 로펌에서 받는 연봉은 경우에 따라 10억~2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전관 출신 로펌 변호사의 급여 계약은 대개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지방법원 부장판사(검찰 차장검사급) 출신은 월 5,000만원~1억원, 고등법원 부장판사(지검장급) 이상 출신은 월 1억원 이상(각각 세전 기준)을 받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사건을 유치하면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포함할 경우 실수령액은 더 늘어난다. 현직 월급 680여만원(고법 부장판사 기준, 기타경비 제외)의 14배가 넘는 액수다. 전관 출신의 한 로펌 변호사는 "처음 로펌에 들어갔을 때 나보다 몇년 일찍 변호사가 된 동료들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많이 벌었겠나' 싶어 부러웠다"고 말했다.

조세나 지적재산권 사건, 기업 형사사건 등 소위 '돈이 되는' 분야에 특화된 전관들은 이 같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보수를 제시받는다. 지난달 법원 인사로 퇴임해 대형 로펌으로 옮겨간 고법 부장판사들은 경우에 따라 월 2억5,000만원, 지법 부장판사는 월 7,000만~8,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로펌 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로펌 출신이 공직으로 다시 돌아가면 그 로펌에 사건이 몰리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전관의 몸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고위공직자를 배출한 한 로펌 관계자는 "다시 공직으로 돌아가는 전관들이 많아지면서 현직들이 전관 출신을 괄시하지 못하게 되는 효과가 생겼다"며 "전관 파워가 세지니 몸값도 자연스레 올라간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곧바로 전관예우와 연관짓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경 법원 판사는 "전관들이 인맥을 동원해서 재판 결과를 바꾸려 하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지만, 로펌이 공직에서 일했던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 사 전관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관예우는 원래 인맥을 동원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했는데, 최근에는 전관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 것까지 싸잡아 전관예우라고 부른다"며 "급여만 놓고 보면 스톡옵션까지 챙겨 받는 대기업 임원들이 더 많이 받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펌 입장에서는 '전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비싼 몸값을 지불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관들이 로펌과 처음 계약을 맺을 때는 거액의 기본급여를 약속받지만 이는 전관 효과가 유지되는 초반 1, 2년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본급여가 보장되는 기간은 퇴임 당시 동기 판사들이 아직 현직에 남아있을 수 있는 기간과 일치하기 때문에, 판사의 경우 같은 부서라면 기수가 낮을수록 로펌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의 경우 한번에 더 큰 돈을 버는 반면 이보다 짧은 6개월~1년 동안만 전관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전관 유효기간이 있는 이유는 공직을 떠난 기간이 길어질수록 현직과의 유대가 약해지는데다, '싱싱한' 후배 전관들이 매년 배출되기 때문이다. 전관들은 이렇게 보장된 기간이 끝난 후부터는 직접 유치하거나 해결한 사건 수에 따라 급여가 정해지는 '별산제'로 급여를 받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서는 성과가 없으면 월급이 10%씩 팍팍 깎이는 것도 예사"라며 "몇 년 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관들이 돈을 많이 받는 만큼 고생도 많이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최근 대형 로펌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사했던 한 고법 부장판사는 "로펌에 가면 돈은 훨씬 많이 벌겠지만 인맥 관리에 들어가는 밥값 술값이 만만치 않고, 후배 판사들에게 부담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어 스트레스가 많다"며 "사건을 유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고 이유를 말했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를 하려면 판사 시절 월급보다 최소 2~3배를 더 받는 조건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며 "공직에 있으면 퇴임 후 공무원연금도 나오고 고법 부장으로 승진하면 차량도 나오는데 로펌에서는 이런 혜택이 상당 부분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