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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野에 협조 안 구하고… 여당, 靑 눈치만… 야당, 협상폭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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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野에 협조 안 구하고… 여당, 靑 눈치만… 야당, 협상폭 좁혀

입력
2013.03.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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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둘러싼 청와대·여당과 야당의 '강(强) 대 강(强)' 대치 상황을 두고 '정치 실종'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개정안이 1월 30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34일째인 4일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해 국정운영 차질 사태를 부른 것은 정치권 전체가 '정치력 부재'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야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선 청와대와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두 자신의 입장만 내세울 뿐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법 찾기는 뒷전이라는 얘기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어느 한 쪽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여야가 모두 상생 의사 없이 기 싸움을 하면서 대결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고 짜증스러워 하는 만큼 청와대와 여야 모두 최소한의 정치력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는 국회 협상 과정에 너무 지나치게 개입했고, 여당은 청와대만 쳐다보면서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야당도 협상의 폭을 지나치게 좁혀서 강경하게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발목 잡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제대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강조했던 '경청'을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이내영 교수도 "사실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부터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었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며 "야당을 굴복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비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비공개 회의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절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견수렴이 안 된 것 같고,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전에 야당 지도부에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선 "결의에 찬 담화 내용이 국민 여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매사를 이렇게 풀어갈 수는 없다"며 "지금은 통치의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라고 말했다.

야당 역시 좀 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태순 평론가는 "여권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야당은 이해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대선에서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니 일단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 또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은 지난달 27일 "식당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지 왜 민주당은 그러는가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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