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각각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갖고 강(强) 대 강(强)으로 정면 충돌했다. 새 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와 야권이 벼랑 끝 싸움을 벌이고 있어서 국정운영 차질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송진흥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이관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융합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것이 빠진 미래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며 방송진흥 기능의 미래부 이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의 권리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청와대의 면담 요청에 응해 주기 바란다"고 제의했다.
1시간 30분 뒤 문 위원장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에 대해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은 국회 논의를 거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지 대통령의 촉구 담화, 대야당 압박 일방주의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면서 "(담화는)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청와대는 최근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조차 무시하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것은 삼권분립,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상생정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담화는 누가 봐도 야당과 국민을 압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야당의 격돌 속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밤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갖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을 시도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관련한 법률 제ㆍ개정권을 미래부로 이관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SO 관련 법률 제ㆍ개정권을 방송통신위에 잔류시키자면서 맞섰다.
한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후보자 사퇴를 선언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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