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컨벤션센터에서 3일 미국ㆍ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가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미국의 유대인 1만3,000명이 참석한 연례총회는 AIPAC의 막강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리다.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보가 이날 이란 제재의 효과를 설명했으며 4일에는 국회의원들이 줄 지어 유대인들에게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하원의 에릭 캔터 공화당 원내대표와 스텐리 호이어 민주당 원내총무가 토론하고, 상원과 하원의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와 에드 로이스 의원이 외교정책을 함께 논하는 곳도 AIPAC 총회다. 워싱턴의 고급 호텔이 동 날 만큼 AIPAC의 위력은 막강하지만 올해는 약간 미묘한 위기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을 움직여 중동을 통제토록 하는 AIPAC의 이스라엘 지원 구도가 아랍의 봄 이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졌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움직일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AIPAC 총회에 참석한 뉴욕ㆍ뉴저지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AIPAC은 지금을 ‘위기의 순간’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방향에 대한 고민 때문인지 AIPAC은 올해 총회에 정책담당자와 정치인,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약 300개나 준비했다.
총회 참석자의 면모도 과거만 못하다. 미국 대통령은 총회 때 비공개 행사에라도 참석하는 게 관례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부통령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스라엘에서도 대통령과 총리 대신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최고위 인사로 참석했다.
이스라엘에 호의적이지 않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나 정책 여건도 AIPAC에게는 위기다. 양국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시각 차를 좁혀야 한다. 그러나 김동석 이사는 “AIPAC은 미국 정치의 작동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위기 때면 오히려 영향력을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조직과 자금의 강점을 활용해 의원들을 움직이면서 의회의 입장과 미국의 외교정책을 사들이듯 했기 때문이다.
AIPAC은 이날도 “미국의 외교정책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런 측면에서 AIPAC은 미국 의회에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공격을 지지하고 미국의 이스라엘 보호를 주문하는 결의안 채택을 요구할 예정이다. 의회를 움직여 오바마 정부의 이란 정책을 수정토록 압박하려는 것이다. 바라크 장관도 “외교 수단으로는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지 못할 것”이라며 AIPAC의 움직임에 가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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