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파견하는 해외봉사단원이 1만명을 돌파한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따르면 지금까지 65개국에서 활동했던 봉사단원 9,999명에 5일 출국하는 76기 35명을 보태면 1만34명이 된다. 1990년 네팔ㆍ스리랑카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 4개국에 정부가 첫 봉사단원 44명을 파견한 이래 23년만이다.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7,000여명이 모여서 만든 ‘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의 고기복(45) 정책이사는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성장해 해외로 봉사단을 파견한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운을 뗐다. 그는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 사회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 맞춤형 글로벌 인재가 1만명을 돌파한 것”이라고 말했다.
KOVA는 첫 봉사단원들이 2년간 봉사를 마치고 복귀한 92년 10월부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온 게 모태가 됐다. 2004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다문화 가정 지원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고씨는 2007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이 단체를 이끌어 온 최장수 이사장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1995년 6월부터 2년간 인도네시아의 한 치어분양장 연구소에서 봉사한 경험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를 접했어요. 신학대학원 진학해서도 이주노동자 인권에 관한 논문을 쓰고, 이주노동자를 돕다가 지금은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봉사단원으로 선발되면 국내훈련(3주)과 현지훈련(3주)을 거쳐 2년(1년 연장 가능)간 아프리카 아시아 등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서 봉사한다. 고 이사는 “오지에서의 장기간 봉사는 시간과 재능만으로는 부족하고, 헌신과 뚜렷한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멤버인 그는 젊은 봉사단원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재능은 훨씬 탁월하지만 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KOICA에 따르면 중도 포기 봉사자는 5%정도 된다. “요즘은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에다 연간 1,000명 가량 파견되니까 서로 돕고 의지하는 관계가 느슨해진 것 같아요.”
KOICA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봉사단원 1만명 돌파 기념행사를 연다. 1만 번째 단원은 홍익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해온 박지은(27)씨.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어교육 봉사자로 떠나는 그는 “하루를 살아도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봉사에 나섰다”며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대원 KOICA 이사장은 “해외봉사단원들은 헌신적인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양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우호를 증진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왔다”며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를 격상시킨 숨은 공신들”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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