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동부 사바주(州)에서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며 점거 농성 중인 필리핀 이슬람 부족과 현지 경찰이 충돌해 21명이 사망했다. 부족민 200여명이 말레이시아 군경의 진압에 맞서 결사항전을 천명,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사건의 발단은 필리핀 남부의 술루족 부족민이 지난달 9일 사바주 라하드다투 지역을 점거한 것이다. 무장대원 30여명이 포함된 이들은 1870년대 선조들이 체결한 토지임대계약을 근거로 사바주 소유권을 공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퇴거를 명령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퇴거 명령에 불응한 부족민을 해산하려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일 라하드다투에서 대치하던 경찰과 부족민이 총격전을 벌여 부족민 12명과 경찰 2명이 숨졌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며 술루족에 즉각 항복을 요구했고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도 "조건 없이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술루족은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일에는 사바주 셈포르나 지역에서 총격전이 발생, 경찰 5명과 무장세력 2명이 숨졌다. 술루족은 자신들이 경찰을 기습 공격했다고 밝혔지만 셈포르나가 술루족이 점거 중인 라하드다투에서 150㎞나 떨어져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세력이 말레이시아로 잠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