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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반값식당'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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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반값식당' 문 연다

입력
2013.03.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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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반값식당' 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데 이은 또 다른 반값 사업이다. 특히 시 예산을 쓰지 않고 민간의 후원과 참여를 통해 사업을 실현한다는 구상이어서, '박원순식 반값식당' 성공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는 '밥 굶는 사람 없는 서울'을 목표로 하는 '기아제로(zero)' 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음식 재료비 등 원가만 받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계층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반값식당'을 준비 중이다.

시는 우선 마을공동체 지원사업과 연계해 '저축식당'을 열 계획이다. 밥값의 일부를 적립해 창업을 돕거나 큰일이 생길 때 목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경제적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겠다는 뜻이다. 노숙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만들 계획으로 영등포 쪽방촌 인근에 4월 개점을 목표로 저축식당 1호점을 준비 중이다.

'추억의 도시락' 식당은 65세 이상 어른을 위한 '반값식당'. 서울 종로구 옛 허리우드극장 실버영화관 앞에서 1월부터 비영리단체가 맡아 시범운영 중이다. 디제이(DJ)가 직접 선곡하는 올드팝송을 들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는데, 과거 음악다방에서 DJ로 활약했던 어르신들이 재능기부에 나섰다. 시는 이곳을 종묘ㆍ탑골공원 주변 어르신 거리 조성사업과 연계해 식당이 단순한 밥집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을 위한 복지ㆍ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 밀집한 곳에는 이웃간 정을 나눌 수 있는 '동네부엌'이 마을공동체기업 형태로 차려진다. 올해 상반기 중 2개 점포 개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음식 솜씨가 좋은 시민이 재능기부로 음식을 만들고, 소외계층은 무료로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시는 능력만큼만 밥값을 내는 '문턱 없는 밥집'도 협동조합 형태로 재개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값식당의 원조 격인 이곳은 2007년 민간단체가 주도해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열었으나 적자 등으로 지난해 폐점 위기에 몰렸는데, 시가 상환을 전제로 1억원을 지원하면서 회생기반을 마련했다. 시는 유명인사를 명예 1일주방장으로 하는 이벤트 등을 통해 회생을 지원키로 했다.

기아제로 사업은 특히, 시 예산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민간 기업의 후원과 재능기부와 같은 시민의 참여를 통해서만 진행된다. 기부문화의 토양이 척박했던 지난 2000년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어 기부문화에 초석을 닦았던 박 시장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반값식당이 들어서는 지역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규모 식당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당 지역 자영업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자영업자들이 마을공동체기업이나 협동조합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상생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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