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뉴욕에서 창간된 는 '보고 듣고 즐기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무크지다. 미국판 편집장출신의 사진가 스티브 간, 패션모델 세실리아 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임스 칼리아도스가 공동 창간했는데, 1년에 3번, 같은 이름의 잡지가 발간된다는 것을 제외하곤 주제와 형식, 발간 시기와 가격까지 모두 다르다. 전 세계 최대 4,000부만 한정으로 발매하는 탓에 국내에서는 몇몇 패션전문가들을 제외하곤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제까지 발행된 62권 중 49권을 소개하고 이 낯선 개념의 무크지를 독자가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큐레이터가 돕기도 한다. 전시에 맞춰 지난 달 23일 첫 방한한 편집장 세실리아는 "패션계 작업 방식을 일반에도 알리고 싶었다"고 발간 계기를 소개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이런 경험을 일반에 전달하는 방법이 많지 않았죠. 마침 스티브 간이 있어 잡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 창간인 중 하나인 세실리아는 이 무크지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 호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가장 잘 실현할 매체를 정한다. 패션, 미술, 건축 등 해당 분야의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9개월간 협업을 통해 획기적인 비주얼북을 만든다." 패션브랜드 꼼 데 가르송, 티파니, 라코스테 등과 협력해 테마 북을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2001년 9ㆍ11을 겪은 후 '사랑'을 테마로 만든 38호는 유명 인사들의 애장품, 이들이 즐겨 읽는 사랑에 관한 문학작품을 기증받은 후, 중고 소설책 4,000부 본문에 이 소장품들을 콜라주처럼 붙였다. 2007년 '소리'를 주제로 만든 53호는 오노 요코 등 현대미술 작가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소리로 제작한 5장의 양면레코드와 소형 레코드 플레이어를 함께 발매했다. 루이뷔통과 협업해 패션을 주제로 만든 18호는 패션 디자이너 45명을 선정하고 44명의 유명 인사들이 이들의 작품을 재해석한 내용을 담았다.
이 잡지는 전 세계의 유명 사진가, 패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들의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는 '움직이는 갤러리' 역할을 해온 덕에 '출판계의 오트 쿠튀르'란 별명도 얻었다. 세실리아는"출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발행부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더 많이 발행하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현재 우리의 특별한 작업 방식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카드가 가회동 서미갤러리를 임대해 지난 달 문을 연 디자인도서관의 개관 전시다. 3층으로 이뤄진 도서관 내부에는 1만 권이 넘는 디자인 서적들이 즐비하다. 디자인 관련 희귀 서적을 3,135권 모았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디자인 전문 장서도 8,669권에 이른다. 도서구입비만 10억 원 이상이 들었으니 권당 10만원 이상인 셈이다. 유명 건축 잡지, 사진잡지를 창간호부터 모아둔 덕분에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250~300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현대카드 측은 "는 청각 시각 후각 촉각을 이용해 공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무크지라 디자인도서관 설립 취지와 맞아 개관 전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층 전시는 무료이고 2,3층 도서관 이용은 카드회원에게 월 8회 무료 제공한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02)3700-27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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