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초대 금융수장에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내정됨에 따라 금융제도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 운영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30년 이상 금융정책과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정통 관료인데다 글로벌 위기 상황이어서 당분간 시장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으론 그가 평소 금융의 신뢰 회복과 사회적 역할, 따뜻한 금융을 강조해 온 만큼 박근혜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금융위원장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금융규제와 관련, "당장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도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융건전성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LTV와 DTI의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봐야 하지만 부동산경기 활성화와 상호 연계되는 부분도 있다"며 "새 정부 경제팀에서 여러 각도로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혀 조정의 여지는 남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답게 대외경제 변수를 고려하며 당분간 안정적인 금융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는 가계부채 해법과 관련한 질문에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 중심으로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는 3월 중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켜 저소득층의 가계 빚 해소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 후보자 또한 2011년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에 고정금리ㆍ비거치식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지난해 재정부 1차관 신분으로 ▦서민 소득 증가 ▦부동산가격 안정 ▦은행 가계대출 구조 개선 등 가계부채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용률을 높이는 일자리 창출과 금융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박 대통령의 공약을 적극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신 후보자는 행시 24회로 공직을 시작,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심의관(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차관), 재정부 1차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친화력과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며, 재정부 직원들이 해마다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단골로 선정되는 등 리더십도 갖췄다는 평가다.
그의 금융위원장 내정에 따라 행시 선배(23회)인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 원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차기 금감원장에는 행시 25회인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 등이 거론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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