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기능이 대폭 이관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현 공무원들 대부분이 미래부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기능이관 문제를 놓고 여야간 진통이 거듭되고 있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든 남는 방통위는 제대로 구성조차 힘들 것으로 보인다.
1일 방통위에 따르면 미래부와 방통위 부처 분할에 대비,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희망부서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500여명 가운데 방통위 현 직원 가운데 잔류희망자는 150명에 불과했고, 70%에 달하는 350여명은 미래부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에 남겠다고 밝힌 공무원들은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미래부가 행여 나중에라도 세종시에 옮기게 되면 자녀양육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나마 방통위 잔류를 원한 공무원 가운데 중추역할을 맡게 되는 팀ㆍ과장급 인력은 거의 전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장급 가운데 3명 정도만 방통위에 남겠다고 희망했다"며 "그것도 두 차례 희망서를 받은 결과 1차 때보다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아직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하지 못해 미래부와 방통위의 기능이 어떻게 나뉠 지는 불분명하지만, 정부 원안대로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능을 방통위가 관장할 경우 최소한 10~15여명의 과장급 인력과 전체 17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 상태다.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희망대로 배치할 경우 방통위 조직 구성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전체 직원도 부족하고 과장급 이상 핵심인력은 더 모자란다"고 전했다.
신설ㆍ통합부처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대부분 방통위 공무원들이 미래부를 원하는 것은 방통위에 남아서는 희망이 없다는 판단 때문. 예컨대 6급 공무원들의 경우 덩치가 큰 미래부로 가야 5급 사무관 기회가 많다고 보고 있고, 사무관 이상 행시출신들 역시 '큰 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특히 방통위에 산하기관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공무원들의 기피현상을 부추기는 요인. 공무원들은 퇴직 후 주로 산하기관이나 관련협회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현 방통위 산하의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정보통신기술협회, 전파진흥협회 등이 모조리 미래부 산하로 넘어갈 예정이어서 '방통위에 남았다가는 퇴직 후 갈 곳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어차피 승진기회와 파워, 예산이 많은 곳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만약 정부안대로 미래부-방통위 기능이 조정될 경우, 방통위는 조직구성조차 힘들어 강제적 인력배정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떠나는 내가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남아 있는 동안 인력 조정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겠다"고 내부에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야공방으로 정부조직개편이 지연되면서, 방통위는 사실상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개점휴업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과다보조금으로 영업정지 제재를 받는 동안에도 버젓이 100만원대 불법보조금이 오가는 '무정부상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조직개편에 뒤숭숭한 나머지 방통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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