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일 정치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호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청와대가 야당 측에 협조를 요구하면서 실질적인 설득 작업보다는 여론몰이에 치중하는 모양새를 보인데다, 대변인 명의의 대야(對野)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서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정부조직을 완전히 가동할 수 없어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라며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조직) 개정안이 5일 마감되는 이번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되길 간절하게 소망하고 또 여야가 그렇게 해주기를 간곡하게 호소하는 바"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핵심 쟁점인 방송진흥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해선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준비해온 창조경제의 주체이며 새 정부 조직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방송장악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브리핑 내용이 대통령과 논의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청와대의) 전체적인 뜻이고 현재 분위기"라고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요청은 부탁이나 호소가 아닌 국회와 야당,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정치 때문에 국회 협상이 공전됐는데 이제 와서 국회와 야당 때문에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은 적반하장이자 어불성설"이라며 "야당과 국회를 빼내야 할 손톱 밑 가시로 생각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가 민주당에 타협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기존 주장만 반복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여당 안을 통 크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당근책 등이 제시되지 않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입장 표명은 사실상 대야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여권의 설득작업이 구체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 책임으로 몰아가는 듯한 호소문 발표가 오히려 국회 여야 간 협상을 더욱 꼬이게 할 개연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다 대변인 명의의 호소문 발표도 야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청와대 측은 더욱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까지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란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청와대도 민주당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혹여 정치권, 특히 야당에 다소 예를 갖추지 못한 점이 있다면 앞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朴, 문희상에 "잘 처리를"
박 대통령도 이날 직접 야권에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3ㆍ1절 기념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 박 대통령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간이 회동을 갖고 "문 위원장도 계시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잘 좀 처리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여야 간 책임 있는 논의를 거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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