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이었던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올해부턴 친근하고 실용적인 시진핑(習近平) 스타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시는 3일 시작하는 양회 기간 동안 최고 지도부와 회의 참석 대표들의 이동 시 길을 막고 경찰차가 앞에서 인도하던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일 보도했다. 그 동안 중국에선 양회 기간 당 간부를 태운 차량들이 운행할 때 인근 도로들을 봉쇄하고 경찰차가 선도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는 그렇지 않아도 상습 정체에 시달리는 베이징시 교통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올해 양회부턴 교통 통제를 최소화하면서 보안과 경비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시 총서기가 취임 이후 허례허식과 관료주의의 폐단을 없애고 국민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작풍(作風)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시 총서기는 이미 당 간부의 지방 순찰 시 도로 봉쇄를 최소화할 것, 행사장을 꽃 장식 등으로 과도하게 꾸미지 말 것, 접대와 만찬 시 고급 술을 마시지 말 것, 준비된 원고만 읽어 내려가는 형식적 회의를 없앨 것 등을 지시한 바 있다.
양회를 앞두고 제기되던 사회 각계의 요구와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대범해진 것도 특징이다. 리위(李蔚) 쉬샹위(徐香玉) 리환쥔(李煥君) 등 중국 인권운동가 59명은 최근 베이징시 치안총대에 3월 2~4일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연결된 창안제(長安街) 부근에서 거리 시위를 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이들은 "시 총서기가 인민 대중이 공평과 정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사법개혁 등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자녀를 둔 부모 100여명은 최근 전인대에 동성 결혼 허용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 부부의 석방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이어졌다.
3일 시작하는 전국정치협상회의와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시 총서기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으로부터 국가 주석직을 물려받아 당과 군에 이어 정부 권력 승계까지 마무리 짓는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로부터 국무원 총리직을 물려받는 등 주요 지도자 인선안과 정부 조직 개편안이 확정된다. 장더장(張德江) 부총리가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위정성(兪正聲) 장가오리(張高麗)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각각 정협 주석과 상무부총리에 거론되고 있다. 부주석 자리엔 류윈산(劉云山) 상무위원과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정치국 위원이 물망에 올라있다. 조직개편안엔 국가해양국을 부로 승격시키고 철도부를 교통운수부에 합치며 식품안전부를 신설하는 등의 대부제(大部制) 개혁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28일 제18기 제2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8기 2중전회)에선 이를 위한 건의안이 마련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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