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신세계그룹 기업윤리사무국 부사장을 만나 '신세계페이' 캠페인 8년의 성과와 한계를 물었다.
-캠페인 취지는.
"신세계는 유통그룹이다. 바이어 한 명이 수십, 수백 개 협력사와 거래한다. 90년대에는 '바이어 1년 하면 집을 바꾼다'는 말까지 있었다. 바이어가 접대를 받으면 거래하는 업체의 편의를 봐 줄 수밖에 없다. 질 낮은 상품이 들어오고 하자가 생겨도 제재하기 힘들다. 회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접대 규정이 있다. 5만원 이상 접대를 받으면 감봉, 10만원 이상은 해직이다. 그러다 보니 협력업체 분들과 간단한 식사마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품 정보,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거였다. 그게 신세계페이 캠페인의 발단이 됐다."
-직원들의 첫 반응은.
"직원이 법인카드를 쓰면 상세내역을 전산망에 올리도록 했다. 직원의 행적과 인간관계가 본의 아니게 드러난다. 회사에서 경비를 줄이려고 만든 제도라는 말도 돌았다. 그래서 얼마간 현금을 지급하고 더치페이를 주문하기도 했다. 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지난해 전산망에 등록된 건수는 2005년보다 무려 23배나 증가한 73만5,000 건이다."
-협력사 등 외부의 불만은 없었나.
'잠깐 하다가 말겠지'하는 반응이 많았다. 한번은 거래처 상무와 골프를 친 뒤 내가 먼저 내 비용을 냈더니 상대방이 난처해했다. 그쪽은 '갑'회사 간부인 내게 접대를 한다고 생각했을 테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예산도 잡아놓은 거다. 그런데 더치페이를 하니 '접대를 잘못했나'라고 생각했을 테다. 지금도 새로 거래를 시작하는 업체는 이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성공했다고 보나.
접대 때문에 매년 5,6건 정도씩 문제가 발생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유통회사로서는 쉽지 않은 성과다. 다만 우리 그룹엔 '신세계SI'라는 패션 브랜드 회사가 있다. 한마디로 '을'의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갑 회사나 관공서, 해외 거래처에 먼저 더치페이를 요구하기 어렵다. 신세계페이의 궁극적 목적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접대 때문에 낭비되는 부분이 많다.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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