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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는 교감·교장 승진하는 '직통로'… 검은 유혹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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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는 교감·교장 승진하는 '직통로'… 검은 유혹 판친다

입력
2013.03.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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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요? 교감ㆍ교장으로 가는 지름길이죠."(충남 한 중학교 교사)

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파장이 커지며 도대체 장학사가 뭐길래 도덕성을 가장 중시해야 할 교육자들이 돈거래와 문제유출을 서슴지 않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학사는 장학관 아래 직급의 교육공무원으로 교육과정과 교재 연구, 학교평가 등 교육현장에 필요한 일을 지도 감독하고 조언하는 일을 한다. 교사 출신으로 교육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해 교육전문직으로 불린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육대 졸업자로 5년 이상의 교육경력이나 교육행정경력(2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포함)이 있어야 한다.

교원들이 애를 써서 장학사가 되려는 이유는 교감과 교장으로 승진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현장 종사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평생교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교직에 입문한 사람들은 대개 교감과 교장으로 승진을 꿈꾼다.

현재 교감, 교장이 되는 길은 투 트랙이다. 일선 교사로 근무평가를 잘 받아 승진하는 경우와 장학사 선발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사들이 근무평가를 통해 교감이 되는 길이 '낙타 바늘구멍 통과'만큼 좁은 문이라는 것이다. 근무평점을 잘 받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연구점수, 가산점도 잘 챙겨야 한다.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 등 보직점수도 따야 하고 연구시범학교 등 각종 사업에서도 가산점을 쌓아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받고 교사 경력 20년이 돼야 교감연수 자격이 나온다. 하지만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교사로서 교감연수 자격을 받으려면 보통 25~30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 교육청관계자는"한 학교에서 50명의 교사가 있는데 이 중 한 명이 교감이 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그렇다 보니 근무평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교장이나 교감에게 예스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학사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충남은 교사로 17년을 재직하면 장학사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해 장학사로 임용된 후 3년이 지나면 교감연수 자격이 주어진다. 교직경력 20년이면 교감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근무평정으로 교감 승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교사들에게는 장학사가 유일한 통로다.

교장 승진도 빠르다. 교사 출신은 교감 임용 후 3년을 재직해야 교장연수 자격이 주어지는데 현실은 최소 5년 정도가 필요하다. 또 임용까지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교감 임용 후 7년이 지나야 교장이 된다. 반면 장학사는 교감연수 후 3년이 지나면 교장연수 자격이 주어진다. 장학사로 근무하는 기간도 교감 재직기간으로 인정해 준다. 결국 장학사로 6년을 근무한 뒤 자격을 얻어 교장연수를 마치면 6개월~1년간 일선 학교 교감 경험을 한 후 곧바로 교장 승진이 가능하다.

충남도의회 임춘근 의원의 교장 신규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장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평균 교육경력 기간은 평교사 출신이 초등 35.7년, 중등 33,5년, 교육전문직 출신은 초등 31.6년, 중등 28.1년으로 나타났다. 초등은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이 4년 1개월, 중등은 5년 4개월이 빠르다.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는데 4~5년이 빠른데 2,000만~3,000만원을 주고 장학사가 확실하다면 말 그대로 그 돈은'껌값'에 불과한 것 아니냐"라는 한 교사의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장학사 출신들은 임용지 배정에서도 우대를 받는다. 평교사 출신 승진자들은 소위 벽지에 배치되지만 장학사를 거쳐 승진한 교장은 도시와 가까운 지역에 배치된다. 장학사 출신 교장은 평교사 출신과 달리 중임도 쉬워 최대 8년까지 교장에 재임할 수 있다. 장학사 출신으로 일찍 교장이 되면 중임 후에도 정년까지 기간이 남아 다시 장학관으로 돌아오거나 중임 제한에 걸리지 않는 초빙교장을 맡기도 한다.

물론 장학사의 특권만 따지지 말고 교육에 대한 열정과 격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한 장학사는 "교사 경험을 충분히 하고 교육정책관련 일을 하고 싶어 장학사가 됐다"며"야근을 밥먹듯 하는데 시간외 수당을 다 받았으면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대전교육청의 한 장학사도 "내 의사와 무관하게 장학사로 발령받아 고생하고 있다"며 "일부 잘못만 보고 장학사들이 욕을 먹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학사직을 향한 과열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장 교사들이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장학사로 근무하다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방안 등이다. 전교조 세종ㆍ충남지부 주종한 사무처장은 "대학에서는 총장을 마치고 평교수로 강단에 서는 경우가 많다"며 "초중등 학교도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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