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였던 증조할아버지의 조국을 찾아 쿠바에서 한남대로 유학 온 학생이 있다. 다음달 4일 한남대 린튼글로벌칼리지에 입학하는 아자리아 임(20)씨가 주인공이다. 입학을 위해 26일 입국한 임씨는 “할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대한민국 땅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며 “앞으로 4년간 한국의 경제, 문화, 과학 등 발전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배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증조부는 쿠바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애국지사 임천택 선생. 임 선생은 1905년 두 살 때 홀어머니 품에 안겨 일본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의해 멕시코 애니깽 농장으로 팔려갔다 18세이던 1921년 쿠바로 이주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이 뛰어났던 그는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인국민회 쿠바지방회를 설립해 상하이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1923년에는 쿠바 한인동포사회를 결집해 독립선언시위를 주도했으며, 국어학교를 설립해 한인후손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정부는 그의 공을 기려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고 유해를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임 선생의 큰 아들 헤로니모 임(2008년 작고)은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동지로 정부 고위공무원과 차관급인 지역인민위원장을 지내는 등 후손들은 한인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임씨가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된 건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정명기 교수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학술행사차 2011년 쿠바를 방문한 정 교수는 임 선생 가문과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임씨에게 유학을 권유하고 적극적인 도움에 나섰다. 이에 그도 쿠바 한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기본적인 한글을 익히는 등 유학 준비에 나서 1년여의 준비끝에 2013학년도 수시모집 외국인전형으로 합격했다.
입국까지의 걸림돌도 있었다. 미수교국이어서 쿠바정부로부터 유학허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한국비자를 받는 것도 어려웠다. 수개월에 걸쳐 서류증명과 까다로운 심사끝에 양국 정부가 증조할아버지의 공적을 인정해 줌으로써 유학을 올 수 있었다.
임씨는 “요즘 쿠바에서도 가수 싸이의 열풍이 대단해 한국문화가 세계적인 트렌드를 주도해나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졸업후 돌아가면 한국문화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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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리아 임씨가 쿠바 한인 역사를 기록한 책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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