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용으로 의심받는 이란 아라크 중수로가 가동되고 있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나탄즈와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이란이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겸비하는 투트랙 핵무장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입수해 보도한 미국 상업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의 위성사진(9일 촬영)에는 아라크 중수로의 냉각기에서 증기가 방출되는 장면이 담겨있다. 사진을 분석한 스튜어트 레이 매킨지 인텔리전스 서비스 팀장은 “증기는 중수(重水·중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 생산시설이 가동돼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수를 감속재(원자로 내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재료)로 쓰는 중수로는 보통 중수 생산시설과 원자로로 구성되며 운용과정에서 플루토늄이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사진 속 중수로 주변에는 대공미사일과 대공포가 대거 배치됐다.
텔레그래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서방 국가들도 최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란의 중수로 가동을 인지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내년 1분기 완공이 목표였던 아라크 중수로가 일정을 앞당겨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란은 아직 핵탄두 제작에 필수적인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장은 이란이 중수로 운용 경험이 있는 북한에서 재처리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단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서방은 방사능 확산 우려 때문에 원자로 공습에 애로를 겪게 된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아라크 중수로의 본격 가동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협상이 26, 27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8개월 만에 재개됐다. 협상 첫날 6개국은 이란에 무기급 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포르도 지하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귀금속 거래 및 일부 국제금융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럽을 순방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에 외교의 창이 영원히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한 인정, 모든 제재의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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