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실컷 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느 졸업식보다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26일 오후 7시 대전 서구 갈마동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졸업식장. 자원봉사자 등 하객들은 만학도들이 쏟아내는 '희망'을 새삼 확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졸업식의 주인공은 배움의 시기를 놓치고 평생 가슴 속에 한을 품고 살아온 장애인 등 모두 8명. 졸업생의 평균 나이는 49.2세로 태반이 중장년 이다. 이들은 나이를 잊은 채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야학을 찾아 책을 폈다. 한글을 몰라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던 학생도 이제는 어엿한 졸업생으로 고입·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해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날 졸업식에서 단연 돋보인 학생은 지체장애 1급이라는 역경을 극복하고, 수석 졸업의 영광을 안은 이규호(32)씨.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뒤 지난 2002년부터 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씨는 혼자서는 볼펜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10년간의 노력 끝에 고졸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씨는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 줘 공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며 "야학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씨는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공부하는게 꿈이다. 그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으니, 이제는 대학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며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해 장애인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아 두 다리와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는 이희경(40·여)씨는 이 야학을 디딤돌 삼아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씨는 "고졸검정고시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며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더욱 공부해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아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 때 배우지 못한 아쉬움을 푼 주부들도 있다. 고졸검정고시 합격증을 움켜쥔 장정순(53)씨는 "어릴 적 가난 때문에 공부를 못했는데 이제라도 야학 졸업장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야학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졸업식장에도 지난해처럼 대전시 행정도우미자원봉사회가 어김없이 축하사절로 참석. 졸업생에게 장학금 30만원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는 대전에선 꽤 이름난 특수교육시설 이다. 교육부가 인가한 정식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반인과 함께 공부하지 못한 성인들에게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학교'이다. 지난 2001년 설립 이후 한 때 폐교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자원봉사자 등의 후원에 힘입어 '장애인과 만학도의 학교'로 성장했다. 이 야학을 통해 검정고시 합격의 꿈을 이룬 졸업생만도 모두 82명에 이른다.
최정복기자 c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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