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 사절로 한국을 방문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25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측근이 없는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모리 전 총리는 25일 박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한일ㆍ일한의원연맹 소속 양국 의원 30명 안팎이 참석한 오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한일관계에서는 여러분들이 측근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의 거물급 정치인이 한일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오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26일 "양국 의원들이 덕담을 건네면서 서로 간에 민감한 내용은 가급적 얘기하지 않는 자리였다"며 "모리 전 총리가 작심한 듯 박 대통령을 겨냥해 발언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모리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언짢게 생각한 참석자도 있었지만 해외 축하사절과의 오찬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서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은 한일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모두 격한 표현을 쓰지 않도록 의원들이 조언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다른 의원은 "듣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며 "박 대통령이 그만큼 일본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 달라는 요청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모리 전 총리는 당초 26일 오후 일본 측 의원들과 함께 박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오전 일본으로 귀국했다. 이에 대해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모리 전 총리는 국내 일정상 원래부터 먼저 돌아갈 계획이었다"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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