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중국본토에서 생산하고 있는 대만 기업 폭스콘은 이달 들어 중국 내 신규채용을 올 스톱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이 중국 내 신규 채용을 중단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이은 두 번째. 외신들은 이를 두고 "아이폰5 감산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현지 기업인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현지엔 '폭스콘 중국 철수설'이 파다했다. 실제 폭스콘은 지난해 브라질과 멕시코, 터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미국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선전에 진출한 국내 한 업체 관계자는 "폭스콘은 2010년 중국 선전 공장 근로자들의 잇단 자살을 계기로 임금을 두 배나 올려줬다"며 "말이 통하는 대만기업조차 중국을 떠나려는 건 결국 고임금 등 높은 생산비에 대한 부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때 모든 기업들이 중국으로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큰 내수시장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생산비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반대다. 오히려 '엑소더스 차이나'가 본격화되고 있다. 가파른 인건비 상승, 임금ㆍ환경규제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의 천국이던 중국이 이젠 기업의 무덤으로까지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탈출의 선봉은 일본기업들이다. 임금 수준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자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로의 이전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후나이 전기는 2014년에 필리핀에 새 공장을 가동하는 등 지난 2011년에 90%에 달하던 중국 내 가전 생산 비율을 50% 이하로 줄일 계획. 업계 관계자는 "후나이 전기는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성장한 기업이지만 반일 시위에 편승한 임금 인상 요구가 빗발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1년 중국 생산 비율이 80%에 달하던 대형슈퍼체인 이토요카도도 자체브랜드(PB) 의류의 중국 생산 비율을 올해 30% 수준으로 줄이고, 미얀마와 인도네시아의 생산 비율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앞서 일본계 유니클로도 2010년부터 중국에서 방글라데시로 공장을 옮겨 원가 절감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보다는 오히려 저렴하고 편리한 베트남를 더 주목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베트남 북부 타이응웬 성의 옌빙공단과 50㎢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공장 부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전체 글로벌 휴대전화 생산량의 40%(1억5,000만대)를 생산하는 기존 박닝공장을 포함, 베트남에 중국에 버금가는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 베트남 해외수출의 10% 이상을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견ㆍ중소기업들은 중국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한 국내 중견 철강업체 관계자는 "대놓고 철수를 하다간 중국 정부에'통행세'를 내야 하는 등 적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다"며 "결국 투자비의 50%만 받고 겨우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통신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도 "최근 중국의 생산 시설을 필리핀으로 이전하기 위해 마닐라 인근에 부지를 매입했다"며 "질 높은 노동력에다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필리핀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 중국바람을 틈타 베트남은 물론 캄보디아, 미얀마 등이 제조업체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KOTRA 관계자는 "캄보디아 미얀마 등 저임금 신흥국들이 노동집약적 경공업 투자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 설치나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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