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페인 회동'을 통해 오랜 앙금을 털어냈다. 양사는 이른바 '홍길동폰' 논란 이후 사사건건 갈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중인 이석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25일(현지시간) KT 전시부스에서 만난 데 이어, 시내 모 식당에서 비공개 점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삼성전자가 인텔과 공동 개발하는 운영체계(OS) 타이젠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타이젠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이석채 회장도 양 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화답했다"며 "해묵은 갈등을 사실상 씻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홍길동폰'이란 이석채 회장이 애플 아이폰을 처음 국내에 들여오면서,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일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라이벌 애플의 아이폰을 도입한 KT에 '옴니아폰'을 공급하면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하고 제조사 장려금과 출시시기를 차별화하는 등 응징에 나섰고, 그러자 이 회장은 "옴니아폰을 옴니아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건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하는 것과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이후로도 양사는 스마트TV 등 여러 사안에서 갈등을 이어왔다.
이날 회동을 통해 KT는 앞으로 삼성전자의 타이젠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타이젠 관련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타이젠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에 대항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인텔과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OS로, 타이젠이 활성화되면 향후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의 성공여부는 이동통신사들이 얼마나 타이젠폰을 채택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삼성전자로선 KT가 그 물꼬를 터준 셈"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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