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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비 기본 원칙 안 지켜… 전형적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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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비 기본 원칙 안 지켜… 전형적 인재

입력
2013.02.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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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발생한 월성원전 4호기의 냉각수 누출은 장비점검의 기본 원칙만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는 얘기다. 다행히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누출된 냉각수의 양도 경미했지만, 원전관리 시스템이 또 한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발전소 시설을 통제하는 주제어실(MCR)과 현장 작업자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정비를 시작하기 전 작업자는 증기발생기 내부 압력이 '제로'상태 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생략한 채 압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출입구 밸브를 연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증기발생기 내부 압력 조절은 MCR에서 맡고 있는데 현장 작업자들이 MCR에 사전 통보해 둔 작업 시간이 되자 압력이 다 빠졌을 거라 믿고 정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자가 MCR에 최종 확인을 했다거나, 반대로 MCR 측에서 "압력이 빠지려면 시간이 좀더 걸리니 기다려라"고 했다면 냉각수 누출사고는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한수원 협력업체 직원들인 해당 작업자들은 경력 15~20년차의 베테랑들인 것으로 알려져,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원전 정비 중 작업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해 2월 고리1호기의 정비 작업자가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과정에서 외부 전원을 잘못 차단한 데 이어 비상디젤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아 발전을 멈췄던 게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한수원 직원이 월성1호기의 차단기를 잘못 조작, 원전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한국원자력기술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2건의 원전 사고 중 25%인 3건이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등 해마다 2, 3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원전의 고장 및 가동 중단 사유 중에서 자연열화(시간이 지나면서 기계가 스스로 마모되는 것)를 제외한 나머지 64건은 결국 인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기적인 정기점검, 정비 매뉴얼의 철저한 준수 등이 뒷받침되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크게 위험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유출됐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냉각수는 핵 연료와 접촉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방사성 물질"이라며 "다만 이번에 유출된 양이 일반인이 보기엔 많을 수 있지만 보통 냉각수가 10톤~20톤임을 감안하면 큰 양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냉각장치가 고장 나자 냉각수 대용으로 바닷물을 뿌렸는데, 방사능에 오염된 채 바다로 흘러 피해가 커지게 됐다.

사고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한수원측은 "24시간 이내에 200kg 이상의 냉각수가 누설되면 4시간 이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구두 보고하고 다음 근무일 이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누출은 공개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한수원이 환골탈태를 다짐했는데 결국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틀을 미적대는 바람에 또 다시 은폐논란에 휩싸인 꼴"이라며 "규정을 떠나 세세한 것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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