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퇴임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임 후 직함은 '명예 교황(emeritus pope)'으로 정해졌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스스로 이런 호칭을 택했다"고 26일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또한 퇴임 후에도 기존의 '베네딕토 16세 성하(聖下)'라는 존칭을 유지하고 교황에게만 허용된 흰 카속을 입을 수 있다고 롬바르디 대변인은 밝혔다. 카속은 성직자들이 입는 의상이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복장 중 일부인 붉은 '어부의 신발'을 벗고 지난해 멕시코 방문 때 현지 장인에게 선물 받은 갈색 로퍼(끈 없는 납작한 구두)를 신게 될 것이라고 롬바르디 대변인은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반지도 파괴된다.
베네딕토 16세는 종신제인 교황직에서 600년만에 생전에 물러나는 첫 교황이어서 교황청은퇴임 후 그의 호칭과 복장, 예우를 정하는 데 고심해 왔다.
한편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 날짜를 정하는 회의는 다음주 월요일인 다음달 4일에 시작한다고 롬바르디 대변인이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선종 후 15~20일의 기간이 지난 후 콘클라베를 열도록 하는 현행 교회법을 따르지 않고 콘클라베를 조기 개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칙령을 25일 발령했다. 칙령 내용은 "모든 추기경이 모일 경우 추기경 회의가 콘클라베의 시작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콘클라베는 애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진 3월 초에 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칙령은 영국 가톨릭교회 최고 성직자인 키스 오브라이언 스코틀랜드 추기경이 성추문 의혹을 받다 사임한 뒤 나온 것이라는 점도 베네딕토 16세 퇴임 전후 가톨릭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콘클라베 조기 개최 가능성을 힘을 싣고 있다.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재임 기간에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며 "다음달 은퇴를 위해 이미 사임서를 교황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원래 참석 예정이었던 콘클라베에 불참하게 됐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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