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의 최대 승자는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 베페 그릴로(63)와 그가 이끄는 정당 ‘오성(五星)운동’이다.
2009년 창당돼 처음 총선을 치른 오성운동은 상원 54석, 하원 108석을 획득, 제3당에 오르면서 단숨에 정국을 좌우할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기성 정치 비판이 이들의 모토여서 다른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들과의 연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성사될 경우 민주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돼 정부 구성이 가능해진다. 이를 의식한 듯 오성운동의 알레산드로 디 바티스타 하원의원 당선자는 “당선자들의 향후 일정은 (어느 세력과도 손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그릴로와는 독립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인터넷 등을 통해 여론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릴로는 운전 과실로 동승자 3명을 숨지게 한 전과(과실치사)가 있어 출마하지 못했다.
물 교통 개발 인터넷 환경 등 5개 주요 관심사를 뜻하는 오성(五星)을 당명으로 삼은 오성운동은 인터넷 사용 무료화, 초등학생 전원에 태블릿PC 제공, 근로시간 주 30시간으로 단축 등 급진적 공약을 대거 내걸었다. 경쟁자 및 언론으로부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경제위기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기성정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방선거에 이은 총선에서의 약진으로 전국적 정치인으로 부상한 그릴로는 정계 입문에 앞서 정치풍자 코미디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대 사회당 출신 베티노 크락시 총리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TV 출연금지 조치를 당한 그는 이후 극장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깨끗한 정치를 청원하는 인터넷 블로그 활동으로 젊은층의 선풍적 인기를 얻으면서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총선에서 TV 출연이나 광고 대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는 저인망식 유세로 호응을 얻은 그에게 CNN방송은 ‘이탈리아 총선의 어릿광대 왕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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