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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과 무예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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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과 무예올림픽

입력
2013.02.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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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진화론이 올림픽에서도 통용되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무대에서 살아남았고, 레슬링은 퇴출됐다. 수많은 스포츠종목이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해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고 개혁과 변신을 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증명되었다. 그런데 이런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남은 25개 근대올림픽 종목들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거의 대부분이 서양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기원한 종목은 태권도와 유도뿐이다. 전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입장에서는 아쉽기 그지없는 대목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30여년 전 세계의 경제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은 권력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동양의 경제ㆍ정치적 권력이 유럽과 미국을 서서히 능가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빠르지는 않지만 분명 문명의 변천과 진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스포츠 분야에서도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그 움직임은 서양의 스포츠와는 다른 형태의 신체 문화인 동양의 무예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2008년부터 모든 중학생에게 무도를 필수화했고, 중국은 우슈를 자국의 전통문화로 확고히 하며 다양한 연구와 대회 등을 통해 체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충주무술축제를 열면서 이를 기반으로 국회에서 2009년 전통무예진흥법을 제정하됐다. 또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서양스포츠 일변도의 체육수업에서 국궁, 태권도, 카바디 등의 무예를 통해 전통문화와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2011년 택견이 무예종목으로는 최초로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UNESCO 산하 기관으로 국제무예센터(ICM)설립을 위한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무예는 서양 스포츠처럼 승리지상주의가 목표가 아니다. 자기 호신과 내면의 가치를 승화시켜 국가통합과 강한 군ㆍ경찰ㆍ청소년을 배양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지닌 수단이다.

이제 이런 무예의 가치에 대한 국제적 인식의 폭을 넓히고 각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동ㆍ서양 교류의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제무예산업 영역 등 무예의 외연을 확장하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청북도가 동양 중심의 신체문화 운동으로 무예올림픽 창설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만일 무예올림픽이 창설된다면, 동ㆍ서양의 균형 있는 신체문화의 발전은 물론 서양 일변도의 스포츠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진정한 스포츠의 진화를 보게 될 것이다.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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