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영화 ‘아르고’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소식에 발끈했다. 아르고는 1979년 11월4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대에 점령된 미국 대사관 직원 6명을 구출하려는 중앙정보국(CIA)의 실제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무함마드 호세이니 이란 문화부 장관은 “아르고는 미국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반 이란 영화”라며 “작품상이 아닌 거대한 자본과 엄청난 광고에 영예를 돌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야톨라 호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반 이란 영화를 만들어 상을 주는 것은 정치와 예술이 뒤섞였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 TV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례없는 가장 정치적인 쇼”라고 혹평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아르고 작품상 발표자로 깜짝 등장한 것도 논란을 부추겼다. 이란 언론들은 어깨 부분이 노출된 드레스를 입은 미셸을 어깨를 가린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수정해 방송에 내보냈다. 반 관영 파르스 통신은 “아르고는 유대인 자금줄인 워너브라더스가 돈을 댄 반 이란 영화”라며 “시상자로 미셸이 등장한 것은 이번 수상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르고 상영 금지 등 이란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란 내에서는 아르고 불법 DVD가 개당 3만리알(약 1달러)에 급속히 팔려나가고 있다. AP통신은 79년 당시 사건을 목격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이념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인 시에다(21)는 “미국에서 어떻게 보는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싶어서 영화를 봤다”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라고 말했다. 전직 교사인 레자 아바시는 “할리우드가 종종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르고는 꽤 사실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당시 미국 대사관 점거 시위에 참가했던 마수메 에브테카르 테헤란 시의회 의원은 “영화에서 이란인들이 대사관을 점거할 때의 폭력이 과장됐다”고 밝혔다. 이란 일간 함샤흐리는 “아르고는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한 사건에 대해 다른 관점을 보여줬다”며 “이는 사건 발생 후 30여년 간 침묵했던 이란의 TV와 영화산업에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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