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은 사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성명이 운을 좌우한다는 믿음(성명학)을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이름엔 여러 의미가 스며들어있다. 건물도 마찬가지라 입에 쏙 붙는 브랜드가 건물 전체의 이미지를 한껏 높이기도 한다.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오피스텔의 작명 법칙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자가치가 높은 역세권임을 강조하느라 지하철역 이름을 갖다 붙이기 바빴는데, 은근슬쩍 자연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지하철 역명을 쓰다 보니 차별화도 되지 않고, 모든 지하철역이 상권이나 생활권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란 걸 이미 소비자들이 간파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오피스텔이 업무용보다 주거용으로 더 각광을 받는 점도 한몫 했다. 숙식을 하는 공간이라면 쾌적한 환경이 최우선일 테니 자연스레 공원 호수 강 숲 등 연관된 단어들을 이름으로 쓰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분양중인 '청계 푸르지오 시티'(전용 18~39㎡, 758가구)는 부근 명소인 청계천을 단지 이름에 집어넣었다. 청계천에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한 셈이다.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 예정인 대우건설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는 공원 이름(센트럴파크)을 넣었다. 센트럴파크는 송도국제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40만㎡ 크기의 대규모 공원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분양하는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는 단지 인근에 서오릉자연공원 갈현근린공원 진관근린공원과 북한산 조망까지 더해 숲(포레스트)을 이름으로 썼다. 현대건설이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공급하는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 근처엔 광교 호수(레이크)가 있다.
자연을 오피스텔 이름으로 사용하는 건 반길 일이지만 죄다 영어라 친숙하기보다 낯선 게 흠이라면 흠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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