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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은 같은 꿈꾸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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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은 같은 꿈꾸겠다는데

입력
2013.02.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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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와 롄잔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이 자리를 함께 했다. 2005년 대만 국민당 주석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분단 후 첫 국공회담을 열고 화해의 돌파구를 마련한 롄 주석은 “봄을 축하하고 새해 인사차 옛 지인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액면 그대로라면 친구를 만나는 마음으로 시진핑을 찾은 것이다.

시 총서기 역시 “롄 주석과 나는 오랜 친구”라며 “롄 주석은 민족 감정과 식견을 가진 정치인으로 양안 관계 발전에 걸출한 공헌을 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새 지도부는 양안 관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평화통일을 촉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 총서기가 특별히 강조한 것은 중국과 대만이 같은 민족이라는 점이었다. 시 총서기는 “양안 동포는 혈연으로 이어진 한 가족이며 하늘이 이어준 혈연은 어떤 힘도 끊을 수 없다”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꿈을 함께 꾸고 함께 실행하는 것은 중화 자녀의 공통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롄 주석의 방중에 화답하듯 중국에서는 쩡페이옌 전 국무원 총리를 대표로 하는 기업인 대표단이 27일 대만을 방문한다. 오랜 기간 갈등했던 중국과 대만은 이런 식으로 화해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희망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경제부흥과 국민행복과 문화융성을 이루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이 롄잔에게 말한 것처럼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고 통일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대신 북한에 경고를 보내고 선택을 촉구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게 경고이고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 발전의 길로 나오라”고 한 것은 촉구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은 한반도 상황이 극단적인 긴장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일이니, 같은 민족이니 말하는 게 민망할 정도다. 책임을 따지자면 국제사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통해 긴장을 조성한 북한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그렇다. 북한은 핵실험에 대한 제재방안 논의가 본격화하면 또 반발할 것이고 그러면 지금과 같은 긴장이 한동안 계속될 게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탓하는 사람이 있지만 반대로 이명박 정부의 강경 정책을 질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긴장이 더 고조됐고 충돌이 집중됐던 것을 보면 대결보다는 화해가 좋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남북한이 과거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남북한의 과거 약속을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 나온 7ㆍ4남북공동성명에 도달한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나온 이 성명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 원칙을 천명했다. 이 성명이 통일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체제로 이어졌다는 점은 비극이지만 적어도 성명만 놓고 보면 통일의 기본 원칙으로 조금도 모자라지 않다.

외신들은 취임식에 즈음해 박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기조를 어디에 둘지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것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그만큼 위태롭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위기는 남북한만의 갈등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정치ㆍ경제ㆍ군사 강대국들의 이중삼중 이해관계와 엮여 있다. 이 복잡한 상황에서 취임한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7ㆍ4남북공동성명과, 중화민족의 꿈을 함께 꾸자는 시진핑과 롄잔의 회담에서 교훈을 찾는 게 필요하다. 거기에서 갈등을 줄이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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