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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생산이 더 이득" 해외공장들 짐 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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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생산이 더 이득" 해외공장들 짐 싸기

입력
2013.02.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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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리쇼어링(reshoring)' 바람이 거세다.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오프쇼어링(off shoring)의 반대말. 해외로 내보냈던 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들여온다는 의미다. 넓은 의미에선 해외공장을 다른 해외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포함된다.

리쇼어링 바람이 거세지는 건 국내 일자리 창출의 절박함 때문. 우리나라도 해외진출기업의 U턴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리쇼어링 물결과 이를 둘러싼 갈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미국을 새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정책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연임 후 첫 번째 국정연설에서 해외진출 미국기업들의 '컴백 홈'정책, 즉 리쇼어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해외 저임금 국가로 일자리를 퍼 나르는 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중단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사실 제조업의 불모지가 된 상황. 싼 인건비를 찾아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자동차 등 심각한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의 경우, 모든 제품을 해외에서 만들고 있으며 세계최대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나이키 역시 미국 내엔 단 한 곳도 공장이 없다.

앞서 작년 10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6%에서 2020년까지 20%로 높이기 위한 신산업정책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EU 각 지역에서 생산시설 유치전략을 펴고 있으며, 해외에 나간 EU기업들의 복귀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긴 불황에 빠지고 고용창출능력이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리쇼어링은 이제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는 상황. 기업들도 어떻게든 해외로 나가려는 '아웃소싱'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내생산을 늘리거나 해외생산분을 국내로 다시 되돌리는 '인소싱'물결에 합류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부터 1억 달러를 들여 매킨토시 컴퓨터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팀 쿡 CEO는 "생산비 절감을 위해 그 동안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매킨토시 컴퓨터부터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가전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도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어플라이언스 파크'라는 공장지대를 설립, 수천 명을 채용해 온수기와 세탁기를 만든다. GE는 올해부터 이 곳에서 냉장고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8억 달러를 들여 생산시설을 확대하기로 했다. 월풀도 중국의 믹서기 생산시설을 미국 오하이오로 옮겼으며,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오티스는 멕시코 공장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리쇼어링 움직임이 단순히 애국심이나 정부압박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생산이 오히려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을 가져온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은 최근 유가 상승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보다, 아예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운송비가 덜 든다. 제조에서 판매까지 시간도 자연스럽게 단축돼 비용절감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내 생산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벗을 수도 있다.

인건비도 무시 못한다. 해외에 생산기반을 둔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8년 간 연 평균 20%씩 인건비가 오른 반면 미국의 연 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3%"라며 "그만큼 인건비 격차가 줄어 미국 내 생산이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메사추세츠공대(MIT)와 미국 내 3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3%가 리쇼어링을 진행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프 이멜트 GE CEO는 미국 내 생산 이유를 "자선 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리쇼어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선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은 생산시설의 국내회귀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보상책을 제시할 것이고 신흥국은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잡기 위해 역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장유치경쟁과 일자리창출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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