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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정책 결정, 의사들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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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정책 결정, 의사들 맘대로?

입력
2013.0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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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건강보험공단이 진료에 대해 병원에 지급하는 돈) 결정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8개월 가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보이코트했던 의사협회가 의료계가 구성원 과반을 점유하는 건정심 개편안을 추진,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급자가 가격을 좌우하도록 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정심은 의료수가와 건강보험료율,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여부 등 굵직굵직한 건강보험정책을 심의ㆍ의결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다.

의협은 의사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지난해 말 발의된 이 법안은 25일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개편안은 건정심 의사결정과정에서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의사들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가입자의 발언권은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현재 가입자(환자)와 공급자(의료계), 정부ㆍ공익위원이 8명씩인 구조를 정부ㆍ가입자 5명, 공급자 5명, 공익위원 3명인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익위원 3명 중 2명의 추천권도 공급자가 행사하게 된다. 현재는 공익위원의 절반은 정부가 추천권을 갖고 있고 나머지 4명도 관료와 복지부 산하기관 인사의 몫이다. 결국 개편안에 따르면 전체 13명의 위원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의료계 측 인사가 되는 셈이다.

의협 관계자는 "공단과 의협 사이에 수가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이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가입자와 정부, 공익위원의 의견은 거의 일치한다"며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는 2명(의협 건정심 위원수)이 22명과 대립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결정방식 때문에 저수가 구조가 고착되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반면 시민단체와 가입자 단체들은 "공급자에 편향적인 개악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가입자 대표로 건정심에 1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의 관계자는 "정부와 가입자단체 간 입장과 이해관계가 상이한데도 이를 합한 위원 수를 공급자단체와 동일하게 변경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의 기본틀을 깨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원의 대부분이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 및 국고로 이뤄지고, 제도가 가입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적 사실조차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가격 결정과정에서 혜택을 보는 공급자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오히려 가입자의 권한을 높이도록 건정심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건보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치료전문평가위원회, 의료행위평가위원회 등에서 의사들이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건정심에서 공급자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역시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가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등 정부가 가입자들과 대립하는 일도 다반사"라며 "보장성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의협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뤄진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공급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공익위원의 수를 줄이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8명인 공급자 대표를 5명으로 줄이는 것은 이해관계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표시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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