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식 직후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재가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와 모든 정부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박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이명박정부의 각료들과 함께 '동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 '박근혜정부'의 완성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서명했다. 당선인 신분으로 서명했던 임명동의안을 대통령 자격으로 정식 서명한 것이다. 임명동의안은 곧바로 국회에 제출됐다. 여야는 26일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이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 등을 문제삼고 있긴 하지만 결정적 흠은 없다는 게 중론이어서 인준안의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이 문제가 연계될 경우 자칫 총리 인준도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새 정부 출범 첫날까지 신임 장관 후보자 1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27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을 시작으로 인사청문 절차에 들어가지만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신구정권의 동거가 불가피하다. 정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가 26일 통과된다 하더라도 열흘 가량은 전 정부의 각료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열릴 수 밖에 없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이 15일에야 국회에 제출되기 시작했고 인사청문 기간이 최장 20일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7일부터 새로운 장관의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한다면 신구정권 동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야당이 김병관 국방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2,3명은 낙마시킨다는 각오여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새 정부 각료로만 구성된 첫 국무회의를 3월 19일에 개최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 취임식 뒤 전화를 통해 협상재개를 시도했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양보안을 제시했는데도 민주당이 (자신들의) 원안을 관철하겠다고 한다"고 말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IPTV와 유료방송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고집한다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이로써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26일 국회 본회의 처리도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정부조직 개편 대상인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일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 개편과 청와대 직제 개편이 지연되면서 청와대 참모진 임명도 늦어지고 있다. 박대통령은 이날 허태열 비서실장ㆍ박흥렬 경호실장을 기존 청와대 직제인 '대통령실장'과 '경호처장'으로 각각 임명장을 수여했지만, 기존 직제에 없는 국가안보실장은 임명하지 못했다. 이정현 정무수석 등 9명의 수석비서관에게는 임명장이 수여됐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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