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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성과 연봉제,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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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성과 연봉제, 이건 아니다

입력
2013.02.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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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책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도된다고 해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놓지는 못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좋은 의도가 바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의 사정을 용의주도하게 살펴서 정책을 입안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할 때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국공립대에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는 교수들의 동기를 유발하여 국립대의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는 몇 년전부터 실시된 성과상여금 제도를 확대 발전시킨 것이다. 성과상여금 제도는 교수들의 업적을 교육, 연구, 봉사로 나누어 동료 교수들끼리 상대평가한 후 일정 금액을 1년 단위로 차등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에 비해 새로운 제도의 특징은 경력이 가산됨에 따라 급여가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교수들의 업적을 상대평가한 후 받게 되는 성과급이 해마다 누적되는 누진제라는 점이다. 한 해의 성과급이 한 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장래의 급여를 결정하기 때문에 교수들 간의 급여 격차가 해마다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상대평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평가의 문제점은 성과상여금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교수들의 우려가 컸지만,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교수들 사이의 급여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상대평가제는 동료 교수들 사이의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그 평가 기준이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수들 사이의 업적 차이의 변별력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연구 부분에서 대개 논문의 편수로 결정된다. 논문의 질을 따질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는 주관이 개입하기 때문에 논문의 양으로 교수들의 업적을 따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학문분야마다 그 성격이 달라 평균적으로 산출되는 논문의 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전공하는 정치학의 경우에도 질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정치철학과 같은 분야가 있고 양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선거연구와 같은 분야도 있다. 아무래도 정치철학과 같은 분야가 논문의 편수가 적게 나오기 마련이다. 논문의 편수가 다르게 나와도 학자들끼리는 논문의 편수에 따라 우열을 가리지 않고 모두 훌륭한 학자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논문의 편수에 따라 교수들 사이의 급여 차이가 나게 되고 종국에는 퇴직 후에 받게 되는 연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같은 학문 분야에서도 이럴진대 다른 학문 분야끼리 비교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필자가 속한 사회과학대학 내에는 정치학과 같은 기초학문도 있고 보다 실용적인 학문도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제하에서는 이런 차이가 무시되고 논문의 편수로 동료 교수들의 업적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런 문제를 시정하려고 학문 분야마다 조정치를 두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음악이나 미술과 같이 실기와 이론을 모두 다루는 예술대학과 같은 단과대학은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피아노 연주회 한 번과 음악사 전공 교수의 논문 한 편을 등가로 인정하는 궁여지책이 나온다거나, 미술 실기 교수의 그림 한 점과 디자인 이론 전공 교수의 논문 한 편을 똑같이 인정해야만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교수 업적 평가기준 작성을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 방임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학문의 차이를 무시하고 교수들의 업적을 양으로만 평가해야 하는 상대평가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교육부의 전면적인 정책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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