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82)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의장직에 재선출돼 5년 더 국정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라울은 임기가 끝나는 2018년 퇴임 의사를 밝혔다. 카스트로 형제는 형인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 쿠바 혁명 직후 총리로 취임한 이후 반 세기 넘게 쿠바를 장기통치 해 왔다.
라울은 24일 국가최고권력 기관인 국가평의회 의장에 재선됐다. 라울은 2006년 병세가 악화한 형 피델이 31년째 수행 중이던 의장직을 임시 승계한 후 2008년 의장으로 공식 선출돼 집권해 왔다. 라울은 재선 직후 연설에서 "이번이 마지막 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울의 퇴임 선언은 평소 그가 밝혀온 권력 교체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고위 관료 대부분이 혁명에 참가한 80대라는 점을 지적하며 관료의 임기와 나이를 제한해 젊은 세대에 권력을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산당은 라울의 뜻에 따라 2011년 당 대회에서 고위직 선출공무원 임기를 5년씩 두 번으로 제한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에 선출된 미겔 디아스 카넬(53) 전 교육장관은 혁명에 참여하지 않은 신세대라는 점에서 '포스트 카스트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전기 엔지니어 출신인 카넬은 2003년 공산당 정치국 위원에 오른 뒤 2009년부터 고등교육 장관을 맡아왔다. 라울은 카넬의 선출에 대해 "국가의 미래권력을 향한 결정적인 첫 걸음"이라며 "쿠바는 후대에 책임을 물려주는 역사적 순간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 싱크탱크인 렉싱턴연구소의 필립 피터스는 "쿠바 정계에서 젊은 세대가 전면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카넬은 라울의 경제개혁을 계승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라울은 피델이 천착한 사회주의 이념은 지키되 자유시장 정책을 일부 도입했다. 집권 중 국민의 휴대전화·컴퓨터 사용, 주택·차량 매매, 은행 대출 등이 가능해졌다. 지난달에는 정부 허가 없이 여권만으로 외국에 나갈 수 있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시행됐다. NYT는 "카넬은 해외자본이 투자된 주요 관광지역의 관료로 재직하면서 관광업 등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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