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학원 대신 내가 고른 영어책 읽으니 '재미 듬뿍 실력 쑥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학원 대신 내가 고른 영어책 읽으니 '재미 듬뿍 실력 쑥쑥'

입력
2013.02.25 12:05
0 0

"영어학원에 다닐 때는 짜증이 났는데, 제가 좋아하는 영어책을 찾아 읽다 보니 영어가 재미있어졌어요."

20일 서울 서초구의 사립 영어도서관 '타임 플레이북'에서 만난 이은비(9ㆍ서울 반포초)양은 이렇게 말했다. 보습 학원에서는 매일 단어 시험을 보고 쓰기만 시켜서 영어가 싫었는데, 자유롭게 재미있는 책들을 들으면서 읽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올해 5학년이 되는 박세은(11)양도 "한글로 된 책들은 많이 읽어 봐서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어 보고 싶었다"며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자신 없던 리스닝도 늘고 읽는 속도도 빨라졌다"고 좋아했다. 헤드폰을 끼고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서 읽는 아이 등 하나같이 책에 집중하는 아이들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선생님에게 가져가 질문을 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표정이 아니라 밝은 표정들이다.

영어회화를 중시하던 유ㆍ초등 영어교육 경향이 최근 영어 독서로 바뀌면서 영어도서관이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9년 부산 시립 영어도서관이 생긴 이래 전국적으로 200여개의 공ㆍ사립 영어도서관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에는 자치구 중심으로 영어도서관 12곳이 운영 중이고, 영어교육업체가 운영하는 도서관도 늘고 있다.

공립 영어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어린이 영어책을 빌려준다. 서울 양천구 양천 어린이 영어도서관이나 서초구 영어센터들처럼 월 1만원 정도 회원비를 받는 곳도 있다. 또한 전문 강사를 고용해 영어책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알파벳부터 기초 발음 과정인 파닉스, 스토리텔링, 원서를 이용한 영어 회화 등 성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월 4만~16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지만 영어교육업체가 운영하는 사립 도서관(회당 2만~3만원)보다는 훨씬 싸다.

사립 도서관의 경우 비용 부담은 영어학원과 비슷하지만, 개인별 과정이 진행되고 회당 이용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영어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는 우선 기본 실력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양천 어린이 영어도서관 & 영어체험센터의 SRI 테스트, 타임 플레이북의 SR 테스트 등이 사용되고 있다. 말하기ㆍ듣기 등 영역 별로 학생의 수준을 판단한 후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중점을 두고자 하는 영역을 파악한다. 시험 성적을 염두에 두고 영어도서관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결국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실력에 따라 아이들은 수준별로 분류된 영어 서적들을 골라 읽는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1권 읽으면 다음 번에는 부모나 선생님이 권하는 책을 1권 읽도록 유도해서 편독을 피하는 게 좋다.

영어 책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은 오디오북이 좋다. 책을 보며 영어를 듣게 되면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나와도 이야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책을 볼 수 있고, 읽기와 듣기 능력이 고루 발전한다.

책을 다 읽으면 선생님과 그날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 시간이 학습효과를 거두는 핵심이다. 듣기가 약한 아이들은 잘 안 들리는 구간을 반복해서 듣도록 하고, 영어로 몇 문장 정도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전체적인 줄거리와 간단한 감상을 적도록 한다. 글쓰기 정규 수업은 아니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어휘 선택을 돕고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읽은 책에서 필수 단어를 외우게 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시간이지만 문맥 속에서 이해했기 때문에 단어를 익히기가 쉽다.

올해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오승호 군의 어머니는 "책을 읽으면서 영어에 접근하니, 상상력을 끌어내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독서의 효과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둘 다 얻을 수 있어 좋다"며 영어 독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어 공부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독서를 하다 보니 영어라는 전달 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문정인(40)씨는 아이가 도서관에서 노는 것처럼 책을 읽게 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문씨는 "책을 읽고 선생님한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고 영어 실력도 늘고 일석다조"라며 "영어 학원에서 문제 잘 푸는 것만 배우는 것보다 훨씬 남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한현호 타임 플레이북 본부장은 "매일 정해진 양을 꾸준히 읽되 아이의 수준에 맞게 읽히고, 책을 다 읽은 후 내용은 되짚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책을 읽은 후 정리하는 습관을 통해 영어가 자연스럽게 학습이 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