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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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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의 나라'

입력
2013.0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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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의 나라가 있었다. 인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쥐들의 나라도 쥐들이 태어나서 일하고 사랑하고 죽고 하는 곳이었다. 쥐들의 나라에서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고 의회를 구성했다. 쥐들은 선거를 해서 크고 뚱뚱하고 검은 고양이들로 의회와 정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여러 법안들을 통과시켰는데, 가령 모든 쥐구멍은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든가 또 모든 쥐들은 일정 속도 이하로만 달려서 고양이가 쉽게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품격 있는' 고양이들이었는데, 단지 문제는 고양이에게 좋은 법이 쥐들에게는 좋지 않다는 데 있었다. 여러 해 동안 검은 고양이들 밑에서 시달리던 쥐들은 드디어 다음 선거에서 검은 고양이들을 퇴출시키고 이번에는 흰 고양이들을 뽑았다. 흰 고양이들은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이들은 현재의 모든 문제는 쥐구멍이 둥글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므로 쥐구멍을 네모나게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쥐구멍을 네모나게 만들자 이번에는 고양이들이 두 발을 동시에 쥐구멍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게 돼서 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참기 어려워진 쥐들은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로 연정을 구성해보기도 하고 점박이 고양이들을 뽑기도 했다. 이 고양이들은 울 때는 쥐 울음소리를 냈는데 먹을 때는 영락없는 고양이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슨 색의 고양이냐가 아니라 고양이가 고양이라는 사실이었다. 고양이가 고양이 자신을 위하는 것은 당연했다. 드디어 한 쥐가 일어나서 말했다. "왜 우리는 고양이정부만을 선출하는가? 쥐들의 정부를 선출하자!" 그러자 여기저기서 "빨갱이다! 잡아 처넣어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그 쥐는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그 쥐를 가둘 수는 있었어도 그 생각을 가둘 수는 없었다.

이것은 캐나다에 무상의료보험제도를 정착시킨 국민적 영웅 토미 더글러스가 즐겨 말했던 우화이다. 그는 가난한 스코틀랜드 이민 출신으로 목사가 되었는데 1930년대 공황과 가뭄으로 농민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은행가와 금융업자들의 손에 그들의 땅이 헐값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로 변신했다. 그는 당시의 불평등한 시장과 기업의 질서에 대해 "코끼리가 한 무리의 닭 사이에서 춤을 추면서 '알아서 피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935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8년 후 연방의원직을 사임하고 자신의 본거지 서스캐처원주로 내려가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이 선거에서 그가 속한 당은 집권당이 되었고 그는 주지사가 되었다. 이때 그가 실시한 공공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못 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그래서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1947년 서스캐처원주에서 무상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1972년에는 캐나다 모든 주에서 전액 무상의료서비스를 실시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캐나다에서 가장 가난했던 서스캐처원주가 무상의료체제를 선도함으로써 사회경제적 평등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민주주의이다.

지난 주말 스페인 소방관들은 아루렐리아 레이라는 85세 여성을 그녀의 집으로부터 퇴거시키는 데 항의하는 시위에 동참했다. 그들은 "우리는 은행가들의 꼭두각시도, 정부 안에서 그들을 위해 일하는 종들의 꼭두각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긴축정책이란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금융자본가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서민들을 희생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스페인에는 긴축정책과 관련해서 약 35만 건의 은행에 의한 퇴거명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의 소방관노조가 노동계급의 불평등과 불행을 초래하는 어떠한 임무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같은 날 이 나라에서는 100명의 소방관들을 동원해서 새 대통령 취임식에 쓸 4만 5,000개의 의자를 닦게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정원 직원이 특정정당 대선후보를 위해 댓글이나 달고 있는 나라답다.

박경미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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