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한일 간의 진정한 우호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상처가 더 이상 덧나지 않고 치유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일본 정부의 특사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국 간에 아직도 역사 문제 등 현안들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일본 측이 지난 22일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는 등 끊임 없이 역사를 왜곡하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양국 지도자들이 신중한 말과 행동을 통해 신뢰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극우 성향의 일본 정치인들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이 자리에서 아소 부총리는 “한일 양국은 앞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은 중요한 이웃”이라며 “보다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아소 부총리는 아베 신조 총리의 친서 대신 박 대통령의 취임 축하를 구두로 전하는데 그쳤다. 이를 두고 당초 박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직접 방한하려던 아베 총리의 뜻이 무산된 것에 따른 불만이 섞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류옌둥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위원 겸 교육ㆍ문화ㆍ과학 담당 국무위원과 3차 핵실험 이후 북한 정세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 및 시진핑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 받았다. 류 국무위원은 중국 정부의 현역 최고위직 여성으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부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시되는 인사이다. 박 대통령은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개발부 장관과도 만나 경제협력 방안 등 양국의 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여성인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잉락 총리는 “같은 여성 지도자로서 잘하기를 기대하겠다”고 축하를 건넸고, 박 대통령은 “첫 외국 손님이시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26일에는 미국 정부의 특사인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예정이다. 또 일본 측에서는 후쿠다 야스오ㆍ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10여명 등 대규모 방한단이 청와대를 찾을 예정이어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갈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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