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 시티가 창단 101년 만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기성용(24)은 키플레이어 역할을 해내며 당당한 주인공이 됐다.
스완지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래드포드 시티(4부리그)와의 캐피털원컵 결승전을 앞두고 미드필더 기성용을 주목했다. 기성용의 풍부한 경험과 우승 DNA가 스완지의 메이저대회(리그, 컵, FA컵) 우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 것.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2011년 스코티시컵 정상에 오른 뒤 2011~12 시즌 리그 우승컵까지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키플레이어로 꼽힌 기성용은 중앙 수비수로의 '깜짝 변신'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활약과 헌신으로 스완지의 우승에 기여했다.
미카엘 라우드루프 스완지 감독은 25일 결승전에서 부상 당한 치코 플로레스 대신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내세우는 용병술을 꺼냈다. 스완지가 지난 18일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0-5로 패한 터라 수비 조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라우드루프 감독은 장고 끝에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을 밑으로 내려 애슐리 윌리엄스와 중앙 수비를 책임지게 만들었다. 기성용은 이전에도 중앙 수비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에버턴과 리그 경기에서 수비수로 나선 경험이 있었다.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기성용의 수비수 기용은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스완지는 장신 기성용(187㎝)을 활용해 '고공 폭격기' 제임스 핸슨(193㎝)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등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선보이며 브래드포드를 압도했다. 전반 16분 네이선 다이어의 선제골로 앞서간 스완지는 전반 40분 미추가 추가골을 터트렸다. 간판 공격수 미추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수비수 다리 사이를 뚫는 절묘한 슈팅으로 상대 수비진을 농락했다.
스완지는 후반 3분 다이어의 쐐기골로 승기를 잡았다. 게다가 8분 뒤 상대 골키퍼가 거친 파울로 퇴장 당해 사실상의 승부를 결정 지었다. 조너선 데 구즈만이 2골을 추가한 스완지는 5-0 대승을 마무리했다.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는 임무를 소화한 기성용은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후반 17분 개리 몽크와 교체됐다. 안정된 수비에 기여한 기성용은 '공격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감독이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투입시킨 결정이 옳았다. 상대 공격수는 스완지의 중앙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성용은 환상적인 볼 배급으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웨일스온라인 역시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출전시킨 것 놀라운 선택"이라며 평점 7을 부여했다.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도 "익숙지 않은 자리에서 잘했다"는 촌평과 함께 기성용에게 평점 7을 줬다.
기성용은 트위터를 통해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유럽에서 세 번째 우승, 낯선 자리였지만 새로운 경험은 너무 값지다. 어디서든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한편 기성용은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중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지성(QPR)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 EPL 4회 우승, 칼링컵 우승 업적을 이룬 바 있다. 잉글랜드 데뷔 시즌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우승컵을 차지한 기성용은 'EPL 성공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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