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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도 가사도 귀에 착착…47년 세월 넘은 토종 뮤지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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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도 가사도 귀에 착착…47년 세월 넘은 토종 뮤지컬의 재발견

입력
2013.02.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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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이면 한국에서 뮤지컬이 뭔지조차 잘 모르던 때다. 그해 초연된 한국 최초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개관작으로 공연 중이다. 삼다도 제주에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고전소설 '배비장전'이 원작이다. 초연 당시 나흘간 7회 공연에 1만 6,000명의 관객을 모은 화제작이지만, 1996년 서울예술단이 '애랑과 배비장'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한 것을 끝으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 사이 화려한 외국 뮤지컬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이 보기에 촌스럽지 않을까 했던 짐작과 달리 볼 만하고 재미있다. 음악과 대본이 워낙 좋은 데다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한 유쾌한 작품이라, 무대화만 잘 하면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겠다. 47년 전에 이렇게 세련된 토종 뮤지컬이 나왔다는 게 신기하다.

특히 음악(작곡 최창권)이 뛰어나다. 노래는 '이어도사나' '둥그래당실' 등 제주 민요도 나오는데, 감칠 맛 나는 가사(작사 박용구)와 자연스런 선율이 귀에 쏙쏙 들어와 버성긴 데가 없다. 반주는 원곡대로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쓰되 전자기타와 드럼 등을 추가한 다양한 편곡으로 현대적인 맛을 냈다. 배비장을 홀리는 애랑의 노래 '살짜기 옵서예'는 명곡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 노래는 배비장의 세레나데로도 쓰이는 등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변주가 되어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도 흥얼거리게 된다. 배비장이 사별한 아내를 그리며 부르는 '동곳의 노래'가 애랑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을 토로하는 변주곡으로 쓰이는 등 이 뮤지컬이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방자가 신이 나서 부르는 '호박이 넝쿨째 굴렀네' 나 '우리 나으리 큰일 났네' , 양반의 허세를 조롱하는 기생들의 합창 '상투의 노래' 등도 귀에 맛있게 착 감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안무가 출신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이 연출(협력연출 김민정)한 이번 공연은 볼거리도 많다.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진 벌판과 큼지막한 돌하르방, 반투명막 뒤로 남실대는 숲과 콸콸 쏟아지는 폭포 등 무대 가득 펼쳐지는 제주 풍광에다 기생들의 화려한 한복, 해녀와 농부들의 다양한 춤에 눈이 즐겁다. 물체에 영상을 입히는 첨단 기술인 3D 매핑을 써서 눈을 꿈벅꿈벅, 눈알을 굴리고 미소도 짓는 돌하르방의 귀여운 쇼는 관객들에게 특히 인기 만점이다.

공연은 3월 31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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