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문제를 언급하는 주장글 가령,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은 양국의 입장 차가 크고 논의가 다양하기에 글쓰기가 쉽지 않다. 친일파청산 문제 같은 경우는 이해관계인이 많다 보니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짧은 글 안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쟁점을 구체화해서 글을 쓴다면 어렵지 않게 글을 구성할 수 있다. 즉 담론의 범위가 관건이다.
주장글의 큰 얼개는 '문제의식- 핵심주장'으로 되어있다. 문제의식은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대체로 시대상황이나 시사문제에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해서 언급한다. 이를 화제제시 혹은 도입사례라고 한다. 문제의식에 대한 논증과정을 거친 후에 대개 글의 후반부에 글 전체에 걸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구체화된다. 이를 핵심주장이라 한다.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은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은 같은 내용이다. 무엇을 문제 삼고 있으며 어떠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물 흐르듯이 보여주어야 설득력 있는 한 편의 주장글이 된다.
학생 글의 논리전개를 살펴본다. 이 글은 '①일본과의 여러 문제 중 위안부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②아베총리는 왜 입장을 바꾸었는가? ③일본과의 갈등은 세대를 이어 계속된다 ④아베총리는 위안부문제를 부정한다 ⑤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부의 쟁점화를 기피한다 ⑥진정성 있는 일본의 태도를 기대한다'는 논리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의 문제의식은 '아베는 왜 입장을 바꾸는가'이고 핵심주장은 '일본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로 정리된다.
주장글의 전개과정에서 글은 유기적으로 긴밀한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즉, 담론의 쟁점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문제의식의 제기에서 핵심주장으로 이어지는 논리전개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학생의 글은 외견상으로는 논리의 흐름이 타당해 보이지만 전개상의 아쉬움이 남는다. 주제문을 끌어내기 위해 문제의식을 던지는 과정이 산만하다.
이 글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원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쓴 글이다. 그렇다면 쟁점을 일본 측의 성의 없는 태도나 문제에 대한 기피를 문제 삼고 시작해야 한다. 일본 측은 어떠한 태도로 위안부문제를 접해야 하는가? 로 문제제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글처럼 '아베는 왜 태도를 바꾼 것일까?'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답은 '외교문제화 되는 국제적 압력을 피하기 위함이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입화제에도 아쉬움이 있다. 도입화제는 글을 읽는 이가 긴장감을 유지하고 주장을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마지막에 반전을 하는 추리소설류의 논리전개를 한다면 매우 위험한 구성이 된다. 일관된 문제의식에 따른 다양한 사례제시와 다양한 문제의식 속의 하나의 결론은 평가의 층위가 다르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한정된 지면 속에서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말고 자신의 주장과 연계되는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가령 아베 발언의 비일관성을 다루려 한다면 아베의 발언을 연대적으로 정리했어야 하고, 국제압력을 피하고자 하는 일본정치인들의 이중적 행태를 고발하고자 한다면 이와 관련된 그들의 상반된 발언들을 소개했어야 한다.
학생의 글은 첫 문단에서 여러 일본지도층의 망언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정치인의 발언들을 소개한 뒤에 아베의 입장변경을 언급하고 마지막에 미국과의 갈등회피를 위한 일회적 태도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글을 구성한다면 논의의 일관성 측면에서 쟁점이 흐트러진다.
같은 맥락으로 요시다 세이치 사례에 대한 소개에도 아쉬움이 있다. 이 글이 아베라는 인간의 비일관적 사고체계나 도덕성의 흠결이라는 쟁점으로 시작된 글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이다. 오히려 아베라는 총리의 자질미달 측면에서 충분한 사례가 된다. 하지만 전체 주제문인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연계되려면 이 사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 측의 진정성을 가늠하거나 요구하는 추가사례가 있어야 한다. 메가로스쿨 논증ㆍ논술강사 www.mega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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