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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해방·에너지 제로 아파트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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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해방·에너지 제로 아파트가 현실로?

입력
2013.02.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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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1등급 바닥 완충재 개발… 충격음 현기준보다 절반 가까이↓습기 흡수·방출하는 벽체, 진공유리·벽체 매립 환기시스템…친환경에 에너지 손실도 줄여공사비·법적 문제 등 아직 걸림돌… "실용화 위해 연구 매진할 것"

건축 일은 흔히 막노동이라 불린다. 철골 구조 세우고 시멘트 바르고 방수 처리하는 일련의 고단한 작업이 그저 일당 8만원(보통인부 기준)짜리로 가격 매김되고 만다. 반면 주택이 필요한 부품이 10만개나 되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이란 사실은 잘 모른다. 이는 기술종합의 결정체라 불리는 자동차(부품 2만~2만5,000개)보다 4배 이상 많다. 부품 숫자가 어마어마한 만큼 어떤 기술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주택의 변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도 요즘 아파트들이 죄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획일적으로 지어지는 건 경제원리만 중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층간 소음 해방, 에너지 제로, 주인의 기분까지 살피는 꿈의 아파트를 구현하고 있는 대전 유성구의 대림산업 건축환경연구센터를 찾았다. 33년 역사를 지닌 업계 최초 기술연구소다. 센터는 연면적 3,196㎡(지상 3층, 지하 1층)에 국내 최초로 에코하우스 기술을 적용한 아파트 3세대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층간 소음은 기실 완벽한 해소가 어렵다. 표준바닥구조 기준을 강화(바닥 두께 210㎜)하더라도 일반적인 습식공법으론 한계가 있다. 배상환 책임연구원은 "바닥 두께가 120㎜ 정도만 되도 건물을 지탱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소음을 줄이려 두께기준 강화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꼬집었다. 센터 연구원들은 대안으로 국내 최초 바닥충격음1등급 완충재료를 만들었다. 스티로폼을 중간중간 끼워 2㎜ 가량의 틈을 만들어 탄성을 조절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중량충격음(맨발 보행 때 진동)이 36데시벨(㏈)로 현재 기준(50㏈)보다 낮아졌다. 배 책임연구원은 "반(半)건식 공법을 1개 현장에 적용해 실제 생활에서도 층간 소음이 줄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완전건식 공법도 연구 중이다.

이것 말고도 센터의 핵심 과제는 친환경, 저(低)에너지 아파트 개발이다. 점토질 성분의 조습(燥濕)벽체는 집안이 축축할 땐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땐 머금은 물기를 뿜어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일반 유리보다 단열 성능이 3배 뛰어나고 결로 현상도 없는 진공유리와 냉방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외부 전동차양시스템도 설치했다. 실내의 열을 뺏기지 않고 회수가 가능(여름 40~50%, 겨울 80%)한 벽체매립 환기시스템도 있다. 관련 특허도 여럿 있다. 정민호 책임연구원은 "벽 두께를 210㎜ 줄인 진공단열재 등 몇몇 기술은 실제 아파트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태양광, 풍력, 지열, 옥상 녹화 등 자연에너지의 접목도 이뤄진다. 특히 지열발전시스템은 10~30m 깊이의 말뚝구조로 만들어 지하수나 지중 열(연평균 15도)을 이용해 냉난방 에너지와 온수를 제공하도록 했다. 150~200m나 파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공사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잠망경 원리를 이용해 자연 빛을 지하주차장 조명으로 활용하는 자연채광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이밖에 기분에 따라 집안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마트제어시스템, 식구 수와 전자제품 수, 생활방식 등을 입력하면 에너지사용 목표치를 제공해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쌍방향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기술이 녹아 들어간 꿈의 아파트는 아직 현실에 없다. 역시 돈 때문이다. 일반주택보다 약 55.6%의 추가공사비가 들다 보니 제로 에너지를 구현한다면 대략 28~30년 뒤에나 투자금을 뽑을 수 있다. 복잡한 법적 걸림돌도 숙제다. 정 책임연구원은 "연구 중이거나 개발한 기술은 70개 정도 되는데 이중 27개만 실제 아파트에 적용됐다"며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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