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돌아왔다. 일본이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껏 달아 올랐다. 2009년 민주당 집권 이후 소원해진 미일 관계가 이번 회담을 통해 완전 회복됐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금주 중 협상 선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평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의 등장으로 일본 정치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지나친 우경화를 경계, 시종일관 신중하게 회담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총리가 된 뒤 미일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한 것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를 둘러싸고 중국과의 영토분쟁 속에서 미일 안보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신뢰와 강한 연대감이 완전히 부활했다"고 말했다. 센카쿠 분쟁과 관련해서는 "미일이 협력, 자유로운 바다를 지키고 힘이 아니라 법에 근거해 질서를 구축하자는데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주변 국가의 우려를 무릅쓰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재해석을 추진하는 것도 미국을 위한 전략적 배려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당신이 재임하는 동안 미국에는 (오바마라는) 강한 파트너가 있다"며 "안심해도 좋다"고 화답했다. 이에 고무된 아베 총리는 백악관 행사를 마치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강연에서 "일본이 돌아왔다"며 상기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방미 전 "TPP 협상 참여의 조건이 성역 없는 관세 철폐로 확인되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상회담에서도 "협상의 전제로 모든 관세를 일방적으로 철폐하는 약속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합의했다. TPP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자동차, 일본은 쌀 등 농산품에서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여지가 생긴 셈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일본 내 TPP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절호의 계기로 보고 이번 주 내에 협상 참여를 선언할 예정이다.
미국의 속내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교도(共同)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인식 및 영유권 문제로 인접국들과 마찰을 일으켜 아시아의 안정을 흔드는 사태를 우려하면서 아베 총리의 외교 정책을 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일 동맹을 강조한 것은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며 TPP 역시 협상에 소극적인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24일 "아베 총리가 미일정상회담에서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얻으려 했으나 소원은 이루지 못하고 푸대접만 받았다"고 평가절하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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