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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들이 맞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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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들이 맞는 대보름

입력
2013.02.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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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4시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공동체텃밭에선 ‘덩실~덩실~’ 풍악이 울려 퍼졌다. 눈 덮인 텃밭 사이로 쥐불 돌리기를 위한 장작불도 활활 타올랐다. 한쪽 편 주막에는 해물파전과 떡 등 풍성한 음식이 마련되는 등 축제의 한 마당이 열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 법한 정월대보름 풍경이 서울 도심에서 펼쳐졌다. 강동구는 이날 지난해 처음 텃밭을 분양받거나 공동체텃밭에서 경작하는 도시 농부 400여명과 인근 이웃을 대상으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마련했다. 장재균 구 도시농업과 계장은 “도시 농부들의 땀이 깃든 텃밭의 풍년을 기원하고 도심 속 공동체를 회복해 이웃간 정을 다지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삼오오 모인 가족 단위 주민과 방문객 등 500여명이 참가해 저마다 소망을 담은 쪽지를 달집 틈에 끼우고 소원을 빌거나 제기차기, 투호놀이, 풍등 날리기 등을 하며 도심 속의 축제를 만끽했다. 주부 이기옥(45ㆍ명일동)씨는 “지난해 봄 텃밭 5평을 분양 받아 첫 수확한 상추로 삼겹살 파티를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다”며 “도심에서만 자란 아이들이 이곳에서 난생처음 시골 전통놀이를 접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주부 박연실(38ㆍ길동)씨도 “강원 홍천이 고향인데 어릴 적 쥐불돌리기, 달집 태우기 등을 보며 자랐는데 아이들에게도 이를 보여주려고 이곳에 함께 왔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김지윤(7)양은 “해가 지면 깡통에 불을 붙여 준다는데 얼른 쥐불 돌리기를 해보고 싶다”고 해맑게 웃었다.

구 도시농부들로 구성된 텃밭자치회는 이날 오곡주먹밥과 귀밝이술, 부럼, 군고구마 등 풍성한 먹거리도 준비했다. 특히 지난해 암사동 텃논(750㎡)에서 수확한 쌀로 지은 오곡주먹밥은 이날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리자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참가자들은 달집에 매단 소원지와 함께 타오를 불길을 보며 액운을 쫓고 한 해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했다. 달집의 화염이 사그라질 때 풍등이 날아오른 뒤 참여 주민 모두는 강강술래를 하며 이웃간 정을 확인하고 도심 속 축제를 마쳤다.

서울에서 가장 넓은 텃밭(5만여㎡)를 보유한 강동구는 3년 전 ‘친환경 도시농업 특구’를 선언하고‘1가구 1텃밭 갖기’운동을 펼쳐왔다. 2010년 226구좌로 시작한 도시텃밭은 2012년 2,300구좌로 규모가 10배 늘었다. 구는 올해는 3,800구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ㆍ사진

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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