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화의 대가로 불리는 이두식 홍익대 미대 교수가 23일 새벽 경기 구리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향년 66세.
28일 정년퇴임을 앞둔 이 교수는 22일부터 홍익대 현대미술관 2층에서 정년퇴임 기념전인 '이두식과 표현·색·추상' 전시를 개막한데다 4월 중순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준비 중이었다.
이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후학 지도라는 사명감에서도 벗어났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작품에만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드러냈었다. 퇴임 이후 더욱 창작에 몰두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였다.
병원 측은 이 교수가 최근 잇따른 전시를 앞두고 과로한 것을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미술대학ㆍ대학원을 졸업한 뒤 1960년대 말 화단에 진출해 밝고 역동적이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기운이 넘치는 추상화 작업으로 국내 미술계에서 높이 평가 받은 것은 물론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대표작은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은 적, 청, 황, 백, 흑의 화려한 오방색을 캔버스 위에 뿌린 듯한 '잔칫날' 연작과 '생의 기원' 시리즈 등이 있다.
서영희 홍익대 교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감성을 표현해 온 이 교수는 그만의 생명력 있는 운필법과 독특한 조형적 탐구를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맥을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고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과 미국 지미카터재단, 올란도시청, 불가리아 국립미술관, 중국미술관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1984년 홍익대 교수로 부임해 미대 학장, 제17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고, 실업ㆍ대학배구연맹회장을 잇따라 맡는 등 미술계 바깥 활동도 정력적으로 펼쳤다. 7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7년부터 2년 임기의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3차례 연임했다. 보관문화훈장(1995년), 한국미술공로대상(2007년)을 받았다. 미술계에서 서울대 미대와 함께 전통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한 홍익대 화파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난해 '자랑스러운 홍익인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부인과는 수년 전 사별했다. 유족은 아들 하린(건국대 도예과 교수)·하윤(자영업)씨 등 2남,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26일 오전 7시, 장지 경기 파주시 청파동성당묘역. (02)2258-594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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