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승이다. 삼성화재가 2시즌 연속 정규 리그 1위를 확정했다.
삼성화재는 2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13시즌 V리그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KEPCO를 3-1(25-17 22-25 25-14 25-19)로 눌렀다. 시즌 22승3패, 승점 62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남은 6라운드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5번째 정규 리그 1위를 달성한 삼성화재는 통산 7번째이자 6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삼성화재는 정규 리그 2, 3위가 격돌하는 플레이오프(3전2승제) 승자와 3월24일부터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을 치른다.
▲가빈보다 더 강한 레오
삼성화재는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우승을 이끈 가빈의 러시아 진출 공백이 커 보였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쿠바 출신 레오는 가빈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 몫을 다하면서 삼성화재는 더 강해졌다. 용병 6명을 돌려보낸 끝에 레오와 계약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처음에는 힘이 부족해 고민도 많았고, 중남미 선수 특유의 나태함 때문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 질책과 고참 선수들의 관리 덕에 생각 이상의 역할을 해 주는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레오의 활약은 시즌 내내 계속됐다. 공격성공률(59.11%)에서 1위에 오르며 94세트 동안 810점을 따내 득점 부문 선두를 달렸다. 이 밖에도 레오는 오픈(55.72%)과 퀵오픈(73.68%), 시간차(69.23%), 후위(59.70%), 서브(세트당 0.574개)에서 리그 최고의 실력을 뽐냈다.
레오는 "챔프전에 갈 계기를 마련했을 뿐이다.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만족하는 순간은 챔프전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라고 각오를 다졌다.
▲철저한 분업화
삼성화재는 올해도 용병에 의존했다. 또 '몰빵 배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레오가 펄펄 날 수 있었던 것은 토종 선수들이 자신들의 몫을 완벽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보조 공격수인 박철우는 20%대 초반이던 점유율을 25%로 올리면서 레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0대 중반을 넘긴 석진욱과 고희진, 여오현 트리오는 나이를 잊은 투혼을 보여줬다. 레프트 석진욱과 리베로 여오현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각각 29%, 33%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해 수비를 안정적으로 양분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고희진도 결정적인 고비에서 순도 높은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명장의 힘
신 감독은 이번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았다. 1차 목표를 달성한 뒤 포스트시즌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 5전 전승을 거두자 계획을 바꿨다. 정규 리그 1위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서 심리전을 펼쳤다. 신 감독은 3라운드에서 LIG손해보험과 러시앤캐시에 두 차례나 0-3으로 졌을 때는 "이름으로 배구해서는 안 된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신 감독의 쓴 소리 이후 삭발로 투지를 보인 선수들은 4∼5라운드 전승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신 감독은 "1월1일 현대캐피탈전에서 3-0으로 이기면서 우승을 향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남은 6라운드에서는 우리 프로그램대로 페이스를 유지하고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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