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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고 웃기고… 저예산 '신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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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고 웃기고… 저예산 '신파'의 기적

입력
2013.02.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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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이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투자배급사 NEW는 23일 오후 6시 '7번방의 선물'이 누적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첫번째 천만영화이자, 한국영화로는 '실미도'(2003년) 이후 8번째 기록이다.

적은 예산에 스타 배우도 없던 '7번방의 선물'의 1,000만 돌파는 예상 밖의 결과다. 순제작비는 35억원.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 제작비도 58억원에 불과한 이 영화가 어떻게 천만 명을 울렸을까. 지금까지의 천만영화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온 '7번방의 선물'의 흥행비결을 7가지로 나눠 분석해본다.

첫째, 뺨을 맞아서라도 울고 싶었던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울렸다. 지능이 낮은 '딸 바보'아빠가 아동 성추행 살인범으로 오해받고 결국 딸을 위해 사형대로 가는 마지막 이별장면에선 어느 새 눈가가 축축해진다. 많은 이들이 "실컷 울고 위로를 받고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신파라 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울리다 웃기고, 또 웃기다 울리는 드라마적 힘이 탁월했다.

둘째, 절묘한 개봉 시기다. 전반적으로 한국영화가 대세인 큰 흐름에 올라탔고 대작 '베를린'과의 초반 경쟁에서 기죽지 않고 잘 버텼다. 개봉 3주차엔 가족관객이 많은 설 연휴로 엄청난 탄력을 받았다.

셋째, 가족영화의 힘이다. 최근 40대 이상의 극장 관객이 크게 증가했다. '7번방의 선물'은 유독 평일 낮시간대 좌석 점유율이 높았다고 한다. 주부들의 관람 비율이 높았다는 방증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영화관람이 가족의 주말 여가로 자리매김하며 영화관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크게 성장한 가족영화 시장을 제대로 잡은 영화다.

넷째, 류승룡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다. 멋있는 역할만 해왔던 그가 과연 6세 지능의 용구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까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의 예고편이 빵 터지며 의구심은 불식됐다. 첫 주연을 맡은 류승룡은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연속 천만영화 배우로 등극했다.

다섯째, 최강 조연들의 연기 앙상블.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 등의 7번방 식구들과 카리스마 넘치는 정진영 등의 호연이 빛났다. 주ㆍ조연들이 서로 튀지 않고 보듬으며 시종 팽팽한 긴장감과 깨알 같은 재미를 만들어냈다.

여섯째, 예승이의 호소력이다. 예승이 역을 맡은 갈소원 양의 앙증맞은 연기가 관객의 마음을 녹여냈다. '한국의 다코타 패닝'이란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단순히 천진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떠나 한없이 애잔하고 아련한 연기를 소화해냈다.

일곱째, 착한 영화에 대한 감독의 뚝심. 만날 착한 영화만 만든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이환경 감독이다. 착한 영화는 안된다는 편견을 끝까지 이겨내고, 신파든 착한 영화든 진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보고 싶다고 끝까지 우겨낸 뚝심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7번방의 선물'은 지금까지 700억원 이상의 입장권 매출을 올렸다. 여기서 세금을 빼고 절반씩 영화관과 나누면 305억 원 정도가 투자배급사의 실제 매출이다. 제작비 기준으로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비용대비 수익으로 따지면 천만영화 중 가장 큰 수익을 낸 영화가 됐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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