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50만달러) 4라운드가 열린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의 파타야 올드코스(파72·6,469야드). 챔피언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펼친 '열여덟살의 초청 선수'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은 17번홀(파4)까지 박인비(25)에 2타나 앞섰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보기만 해도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티 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낸 주타누가른이 우드를 잡고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한 것이 화근이 됐다. 두 번째 샷은 그린 주변 벙커 턱에 박히고 말았다. 주타누가른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뒤 벙커에서 드롭 후 4번째 샷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것도 그린을 훌쩍 넘었다.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주타누가른은 퍼터를 잡고 5번째 샷을 시도했지만 온 그린에 실패했다. 힘겹게 6온을 시킨 그는 1.5m 정도되는 더블 보기 퍼트로 놓치면서 다잡았던 우승 컵을 박인비에게 내주고 말았다. 첫 챔피언 세리머니를 준비하며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LPGA 멤버인 언니 모리야 주타누가른은 축하 대신 어린 동생의 눈물을 닦아줘야 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한 박인비가 경쟁자의 실수에 힘입어 행운의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18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진 주타누가른(11언더파 277타)을 1타 차 2위로 밀어내고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400만원)를 받았다. LPGA 투어 개인 통산 4승째다. 한국은 지난 주 LPGA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신지애(25ㆍ미래에셋)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주타누가른에 4타 뒤진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박인비는 신들린 버디 행진을 벌였다. 11번홀(파4)까지 버디 6개를 잡아내며 13언더파를 쳐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박인비는 12번홀(파3)에서 함성 소리에 잠시 흔들렸다. 2위로 내려앉은 주타누가른이 12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면서 다시 1타 차 1위로 나섰다. 상승세가 한 풀 꺾인 박인비는 14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주타누가른과 3타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박인비는 마지막에 웃었다. 주타누가른이 18번홀에서 무너진 덕을 톡톡히 봤다.
박인비는 "우승할 것으로 기대하지 못했다. 18번 홀에서 주타누가른이 4번째 샷을 한 결과를 보고 연장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타누가른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시즌 처음 나온 대회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고 올해 남은 경기에서 자신감이 더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소연(23ㆍ하나금융그룹)은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와 함께 공동 3위(10언더파 278타), 올해 첫 대회에 출전한 최나연(26ㆍSK텔레콤)은 7위(9언더파 279타)로 톱10에 입상했다.
전날까지 선두에 3타 뒤진 단독 2위였던 '맏언니' 박세리(36ㆍKDB금융그룹)는 2010년 벨 마이크로 클래식 이후 3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공동 19위(4언더파 284타)를 기록, LPGA 통산 26승 달성에 실패했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6)는 5언더파 283타를 쳐 신지애(25ㆍ미래에셋) 등과 함께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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