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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최태원 회장, 로펌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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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최태원 회장, 로펌 갈아탔다

입력
2013.02.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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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53) SK 회장이 변호인단을 대거 교체했다. 예상치 못한 중형 선고를 받고 충격에 휩싸인 최 회장 측이 고심 끝에 변호인단의 진용을 새롭게 짜고 재판 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최 회장과 부인 노소영(52)씨는 최근 변호사 선임계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성)에 냈다. 이 변호인 명단에는 기존의 SK법무팀 소속 변호사 6명 외에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이인재(59ㆍ사법연수원 9기) 대표변호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한위수(56ㆍ12기) 변호사 등 태평양 소속 변호사 4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1심 때 참여했던 신필종(50ㆍ17기) 변호사 등 김앤장 소속 변호사 5명은 변호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1심 변론을 주도했던 김앤장이 빠지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이 자리를 이어받게 된 모양새다. 그간 김앤장에 이어 업계 2위로 평가받던 태평양은 올해 퇴직한 부장판사 여러 명을 영입하는 등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고액 연봉 논란을 받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태평양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한화그룹 김승연(61) 회장도 항소심에서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태평양 소속인 노영보(59ㆍ10기) 대표변호사를 선임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지난 4일 정식재판에 넘겨진 신세계그룹 정용진(45) 부회장과 여동생인 정유경(41) 부사장도 태평양을 선임해 두 로펌의 자존심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업 부패 사건 전담부 부장판사를 지냈던 민병훈(52ㆍ16기)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도 항소심 변호인 명단에서 빠졌다. 민 변호사는 김승연 회장의 1심을 변론하는 등 최근 기업 부패 사건에서 '블루칩' 변호사로 꼽혀왔던 터라, 변호사업계는 그의 배제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업 관련 형사 사건에서 변호인단을 바꾸는 것은 피고인 측에게도 부담이 된다. 재판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기업 안팎의 속사정을 변호인들에게 전부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SK 측이 과감히 변호인단을 교체한 것은 불구속 기소된 최 회장에게 예상 밖의 중형이 선고되자 재판 전략의 수정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변호사 업계의 시각이다.

당초 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최재원(50) 수석부회장은 1심보다 변호인 수를 줄였으나 김앤장 소속 김학준 배현태 변호사는 그대로 뒀다. 이를 두고선 "SK측이 기업 내부정보를 많이 알게 된 김앤장과 완전히 등을 돌리는 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로펌 매출액 규모는 지난해 중순 기준 김앤장이 2,2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태평양이 950억원, 광장이 650억원을 기록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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