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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 진영 논리를 넘어선 그 숨은 속내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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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 진영 논리를 넘어선 그 숨은 속내를 묻다

입력
2013.02.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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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기간 동안 여러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진영을 옮겼다. 긴박한 선거 국면에서 그들의 선택은 배경과 함께 탐구되기보다 판세의 한 변수로 수용되기 바빴고, 관심 역시 선택의 의미보다 반향과 추이에 쏠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들을 다시 찾은 이유는 변절이다, 소신이다 하는 심판의 층위를 넘어 그들의 엇갈린 선택 안에 새 정부가 감당해야 할 짐이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요컨대 우리는 그들이 밝힌 명분과 선택 이면의 의미를 묻고자 했다.

한국 사회의 여론은 정치인들의 진영 이동에 대해 유독 부정적인 듯하다. 이념이나 가치보다 저울추의 향배에 민감했던 과거 정치인들의 행태들 탓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인 정당정치 구조의 취약성과 보수-진보의 허술한 가치 차별성에도 책임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들의 진영 이동에서 그 강고한 현실의 균열, 나아가 한국 정치 지평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고 싶었다. 과거의 사례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을 찾고 싶었다. 이념ㆍ정책의 조악한 품질(가치)을 진영 논리와 허황된 구호로 엉궈 온 시절을 우리는 너무 오래 견뎌왔다.

윤여준씨와 한화갑씨는 1939년생 동갑이다. 30대의 윤씨가 유신 정권의 해외 공보관으로 일할 당시 한씨는 투옥돼 37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두 사람의 이력은 이후로도, 단 한 순간도, 나란히 서지 못했고 지난 선택에서도 극적으로 엇갈렸다.

진영을 옮기며 윤씨는 자신의 선택이 "이념적 경계를 허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씨는 '정치인 한화갑'의 정체성을 앞세우면서 호남 발전을 명분으로 곁들였다. 우리는 윤씨의 저 명분 안에 한씨의 자리가 있지 않을까, 한씨의 선택으로 윤씨의 지향이 힘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렇게 엇갈려 만나는 두 사람의 자리에 어쩌면 한국 정치의 어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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