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TV프로그램이 인공조미료 'MSG(글루탐산나트륨)'를 사용하는 식당에 대해 '착한 식당'이 아니라고 낙인을 찍는 데 이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마저 'MSG 사용 안 하기' 캠페인을 전개, 학계와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MSG는 사탕수수 찌꺼기 등을 미생물로 발효해 생산하는 첨가물. 혀 속의 '글루탐산 수용체(미뢰)'를 자극해 짠맛이나 단맛과 함께 작용해 '감칠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조미료로 쓰인다. 대상의 '미원', CJ제일제당의 백설2.5, 미풍이 대표 제품이다.
식품업계와 학계는 정부가 안전성을 확인했는데도 계속되고 있는 MSG에 대한 오해를 TV프로그램과 지자체가 부추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식약청도 현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2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관내 식당 등을 대상으로 'MSG 사용 안 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달부터 '위생검사 청약제'를 통해 식당의 위생상태는 물론 MSG 사용 여부 등을 점검 중이고, 포항시는 이달부터 도입한 '건강음식점' 인증 기준에 MSG 사용 여부를 포함시켰다. 학교 급식 및 외식업체 종사자들에게 관련 교육도 시키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식약청은'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했고, 1995년 미국 FDA도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발표했다.
한국화학회 회장이자 지난해 '탄소문화상' 제정을 주도한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은 우리 몸을 조절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멸치 다시마 쇠고기, 버섯 등 수많은 천연물에 존재하는 글루탐산과 MSG를 통해 섭취하는 글루탐산은 똑같다"면서 "지난해부터 한 TV 프로그램이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만 '착한 식당'이라고 하자 일부 지자체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항시 관계자도 건강음식점 캠페인의 목적을 설명하면서 같은 TV프로그램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MSG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사용여부를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며 "MSG뿐 아니라 나트륨 줄이기도 캠페인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MSG 죽이기' 분위기에 대해 식약청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할 만큼 식품안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식당의 위생상태나 원재료의 신선도, 진짜로 유해한 성분의 사용여부가 아닌 무해한 첨가물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 식약청 관계자는 "TV프로그램과 지자체 등에서 MSG를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몰고 가는 부분이 있어 다음달 초 교수 등 전문가를 모시고 자문위원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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