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기관 임원 가운데 내부 승진 비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해당 기관을 감독하는 상급 부처의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진입이 계속되는 탓이다. 공공기관의 핵심 요직이 선거 과정에서 권력자의 눈에 든 정치인이나, 상급 부처 공무원의 퇴직 후 안식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28개 주요 공기업 임원(320명) 가운데 내부 출신은 26.3%(84명)에 불과했다. 업체별로는 대한석탄공사(임원 9명 중 7명)의 외부 출신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한국중부발전(62.5%), 한국도로공사(53.3%) 등의 순이었다. 특히 기관장은 내부 승진 비율이 전체의 17.9%(5명)에 불과한 반면, 관료 출신의 비율은 50%(14명)에 달했다.
기관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공기업 감사직의 낙하산 비율도 50%에 육박한다. 240개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감사 250명 가운데 청와대 등 정치권과 상급 부처 공무원 출신은 118명으로 전체의 47.2%에 달했다.
특히 산하기관이 많은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진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경부 산하 공공기관 감사 60명 중 21명이 청와대와 정당 당직자,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권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국토부도 산하 공공기관 감사 30명 중 11명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파악됐다.
심각한 것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낙하산' 근절을 약속했지만, 매번 공약(空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지경부, 국토부 등 '힘 있는 부서'의 경우 국장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이 퇴직 후 산하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관행이 된 지 오래다.
실제 이명박 정부 5년간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고위 관료는 재정부에서만 51명에 달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계산하면 전체 퇴직자의 62%가 공기업에서 '인생 2모작'을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 해당 기관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경우도 25%에 달한다. 예컨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퇴직 후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을 지내다 장관급 공무원으로 복귀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청와대 인사를 중심으로 '낙하산 투하'가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유정권 전 청와대 경호처 군사관리관이 한국감정원 감사로 임명됐고, 같은 달 10일에는 박병옥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감사로 내려갔다. 한 관계자는 "2011년 이후 낙하산으로 내려가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임기가 이어지는 이 대통령 측근 인사가 40명에 달한다"며 "새 정부의 공기업 인사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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