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유시민을 성원해주셨던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트위터에 한 줄짜리 정계 은퇴의 변을 올린 뒤 유시민(54)은 휴대폰을 꺼버렸다. 지인들도 통화가 안 된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분당 사태의 충격, 이어진 대선 패배,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인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로 등 돌린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와 맞대결할 것이라는 소문 등 그가 정치에 깊은 회의를 느낄만한 요인들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뭐 그럴 것도 같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 속마음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그가 스스로 '동안거'라고 부른 칩거를 해왔다는 점이다. 정계를 떠나기 위한 고민의 시간임에 분명한 그 기간 그는 책을 한 권 썼다. 은퇴 발표 다음 날 언론사에 도착한(서점 배포는 25일) 신간 이다.
유시민은 1970년대 후반 학생운동의 리더로 옥살이까지 한 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독일로 유학(경제학)을 떠났다 돌아왔다. 그리고 사회평론가로 활동하다 정계에 투신했다. 책에서 그는 지나온 삶을 파노라마처럼 돌이키면서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고민했다.
지난 대선 등 군데군데 정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이 책은 자신의 청년기의 고민, 가족생활, 여러 사람과의 인연, 책을 읽고 느낀 생각 등 그가 '기냥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이런저런 일화들을 꿰는 주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삶의 의미는 사회나 국가가 찾아주지 않는다'며 그는 '힐링 열풍이 조금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각자 남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바꾸기만 하면 모두가 존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지 않나 걱정이 된다'며 '정직하게 말하면,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타인의 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인생은 뭘까.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는 것이다. 자신이 겪어낸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는 유시민은 직접 쓴 저자 소개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금 늦었다 싶지만 이제부터라도,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일입니다. 십여 년 전에는 분노를 참지 못해 정치의 바리케이드 안으로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버릴 수 없어서 그 바리케이드를 떠납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고민의 흔적이자 정계 은퇴의 이유를 소상히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유시민이 독자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다. 모두 자기답게 살아라.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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